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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사태 장기화에 실적 악화.. 中 진출 기업 신용등급 '빨간불'

현대차.기아차.롯데쇼핑 등 신평사 신용등급 하향 경고

사드사태 장기화에 실적 악화.. 中 진출 기업 신용등급 '빨간불'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 정부의 경제 보복으로 국내 기업의 신용등급 전망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등 사드 보복 조치가 7개월째로 접어들면서 신용평가사들은 국내 기업의 등급 하향을 경고하고 나섰다.

8일 파이낸셜뉴스가 국내외 신평사의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신평사들은 사드 보복이 단기간 안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차, 롯데쇼핑 등 중국 내 입지가 있는 국내 기업의 신용등급 조정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국내 신평사 중에서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한국신용평가다. 한신평은 지난달 25일 롯데쇼핑의 신용등급(AA+)을 유지하면서도 '중국 관련 사업위험의 급증' 등의 이유로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올해 6월 말 기준 중국 내 대형마트 99개점, 슈퍼마켓 13개점 가운데 영업정지를 당한 곳은 74개점, 임시휴업을 하는 곳은 13개점에 달한다.

롯데그룹 계열사의 분할.합병을 통해 출범할 롯데지주와 계열사 롯데제과 등의 신용등급에 타격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앞서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중국의 사드 보복 우려가 커지던 지난해 하반기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을 'Baaa3'로 한 단계 강등한 바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 등도 불안한 상황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8일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기업.회사채 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되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중국 및 미국 시장에서 판매 부진으로 수익성 악화가 1년 이상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이유였다. 실제 사드 보복 여파로 현대차의 올해 상반기 중국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28.8% 줄었다. 같은 기간 기아차의 판매량도 41.5%나 감소했다.

다만, 아직까지 국내 신평사들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신용등급은 물론 등급 전망 조정에도 나서지 않고 있다. 여러 보고서를 통해 등급 조정 경고음을 내고 있을 뿐이다. 국내 신평사가 현대차에 부여하고 있는 신용등급은 초우량급인 AAA, 기아차의 신용등급도 AA+(안정적) 수준이다.

중국 사업을 넓혀가는 이랜드그룹도 타격을 받았다.
사드 사태 이후 중국법인에서 이랜드월드 본사로 현금이 유입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드사태의 장기화는 항공사의 신용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정훈 한신평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항공사와 관련, 사드로 인한 영향은 현재까지는 제한적"이라면서도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양대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