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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끊긴 한·일 통화스와프 되살리면 어떤가

한.중 협정 연장은 불투명.. 재개 협상 불씨 이어가길

한.중 통화스와프 협정 연장이 불투명하다. 협정은 10일 만료된다. 두 나라는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에 56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었고 2014년에 한 차례 연장했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2010년, 한.일 통화스와프는 2015년에 각각 종료됐다. 중국마저 끊어지면 우리나라가 미.일.중 3개국과 맺었던 협정이 모두 사라진다.

통화스와프가 끊어진다고 벌벌 떨 필요는 없다. 한국 경제는 기초체력이 튼튼하다. 국가채무는 선진국 중 가장 양호한 편이다. 경상수지는 8월 기준 66개월 연속 흑자 신기록을 이어가는 중이다. 외환보유액은 3848억달러(8월)로 사상최대다. 무디스 등이 평가한 국가신용등급은 오히려 중국.일본보다 높다.

그렇지만 안전장치는 겹겹이 갖출수록 좋다. 위기 때 비상금으로 쓸 수 있는 통화스와프도 그중 하나다. 금융위기 때 미국과 체결한 300억달러 통화스와프는 금융시장 안정에 큰 역할을 했다. 한국이 미국 연방중앙은행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확보했다는 소식에 투자자들은 안도했다.

불행히도 한.일, 한.중 통화스와프는 정치바람을 심하게 탄다. 한.일 스와프는 한때 700억달러 규모에 이를 만큼 컸다. 하지만 이명박정부 때 독도.위안부 갈등이 불거졌고, 박근혜 대통령은 아베 신조 총리를 만나는 것조차 꺼렸다. 이 과정에서 원.엔화 스와프 협정은 2015년 100억달러를 끝으로 모두 사라졌다. 원.위안화를 주고받는 한.중 스와프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과거사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중국은 위안화 위상을 높이는 데 통화스와프 정책을 활용하고 있다. 중국이 끝내 만기 연장을 거부하면, 한국이라는 강력한 우군을 잃게 된다.

두말할 나위 없이 우리에겐 한.미 통화스와프가 최상이다. 기축통화국에서 달러를 직접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은 금융위기 때 여러나라와 맺은 통화스와프 협정을 다 끊었다. 차선책은 일본과 협상을 재개하는 것이다. 엔화는 국제사회에서 가장 안전한 통화로 통한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한.일 관계도 정상궤도로 복귀하고 있다.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 협상은 작년 여름에 물꼬를 텄으나 탄핵 정국 속에서 실종됐다. 새 정부가 불씨를 다시 살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