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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국감장에 왜 자꾸 기업인을 부르나

행정부 견제하랬더니 애꿎은 기업 팔 비틀어

국회 국정감사가 12일부터 20일간 열린다. 20대 국회 들어선 두번째이지만,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엔 처음이다. 국감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회의 권리다(61조). 입법부가 예산, 곧 세금을 쓰는 행정부의 잘잘못을 따져 묻는 자리다. 그런데 해마다 국감이 변질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정감사인지 기업감사인지 헷갈린다는 것이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곧 국감법은 감사대상을 또렷하게 규정한다(7조). 국가기관과 특별시, 광역시.도, 공공기관, 한국은행, 농협중앙회 등이다. 하나같이 국민 세금을 쓰는 곳이다. 물론 정책을 따지다 보면 관련 기업인을 불러 의견을 들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 범위와 횟수는 최소한으로 좁히는 게 옳다. 왜냐하면 국감은 '국정'을 감사하는 곳이지 기업을 닦달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인터넷은행 인가 과정에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면 금융위원장을 불러서 물어보면 된다. 인터넷 포털이 골목상권을 침해한 의심이 들면 공정거래위원장한테 따지면 된다.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금융위원장.공정위원장은 국회에 출석해 성실하게 답변할 의무가 있다.

과거 국감은 구태로 가득했다. 1분1초가 바쁜 기업인을 앉혀놓고 다짜고짜 호통을 치는 건 그나마 양반이다. 벙어리처럼 앉아 있다 그냥 돌아간 기업인이 수두룩했다. 오죽하면 지난달 정세균 국회의장이 "증인을 불러놓고 전혀 심문도 하지 않고 앉혀 놓는 것은 갑질 중에 갑질"이라며 자성을 촉구했을까. 증인 채택을 놓고 정치권과 기업 간에 뒷거래가 무성하다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기업이 지역 민원을 해결하는 대가로 증인에서 빼주는 식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 스스로 '묻지마' 증인 신청이 문제라는 걸 안다. 그래서 작년에 국회증언감정법을 개정해 증인신청실명제를 도입했다. 누가 무슨 이유로 증인을 불렀고, 결과는 어땠는지 기록을 남기도록 했다. 하지만 실명제의 실효성은 의문이다. 올해도 국회는 기업인 증인을 무더기로 신청했다. '벙어리 증인'이 또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재차 강조하지만 국감은 국정을 파헤치는 자리다. 부동산, 가계부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북핵 등 대형 이슈가 쌓여 있다. 희망퇴직이나 인수합병(M&A)처럼 시장에서 일어나는 일은 기업 재량에 맡기는 게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