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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탈원전 반대' 전문가 고언에 귀기울이길

외국인 환경전문가도 가세.. 강박 버리고 속도조절해야

최근 정부의 탈원전 가도에 잇단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객관적 지표와 함께 국내외 전문가들의 고언이 분출되면서다. 현 정부의 복안대로 탈원전을 추진하면 연간 11조원의 전력생산비가 추가 발생한다는 국회입법조사처의 분석 자료가 전자의 사례다. 이에 따라 당장 내년부터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데 어찌 흘려들을 일인가. 특히 미국 과학자와 환경보호자 21명이 12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시민참여단에 "한국에 원전이 필요하다"고 공개 촉구했다. 문재인정부는 졸속 탈원전의 위험성을 알리는 이런 신호를 외면해선 안 될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2일 연내 탈원전 로드맵을 발표한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업무보고 자료를 통해서다. 신고리 5.6호기는 공론화 결과를 반영하되 신규 원전 6기 건설은 백지화하고 2030년 설계수명이 다하는 노후 원전 10기도 가동 중단한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10일 서울대 공대 학생회가 "탈원전 정책이 공학 전반에 대한 위협"이라는 성명서까지 낸 게 단적인 사례다. 오죽하면 원자핵공학과뿐 아니라 공대 11개 학과가 모두 성명에 동참했겠나.

더군다나 우리의 성급한 탈원전 드라이브에 제3자인 외국 전문가들까지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1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마이클 셸렌버거 미국 환경진보 대표는 "한국이 원전을 태양광으로 대체하려면 서울 면적의 7배에 해당하는 지역을 태양 패널로 뒤덮어야 한다"며 무리한 신재생에너지 대체로 인한 새로운 환경오염 가능성을 우려했다. 전날 대전 KAIST 강의 때는 "왜 한국은 북한의 고도화된 핵무기 위협보다 원전의 안전성을 더 걱정하는가"라고 되물었다. 탈원전 동력을 얻기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 원전의 안전성을 폄하하는 국내 분위기를 꼬집은 셈이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점차 늘려나가는 데는 찬성한다. 그러나 태양광이나 풍력 등이 충분한 경제성과 친환경성을 확보하기도 전에 '원전 제로'를 꿈꾸는 것은 그야말로 백일몽일 수도 있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어야 한다. 괜히 탈원전 강박증에 빠져 경제에 치명상을 입히고 에너지 안보에 큰 구멍을 내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충언은 늘 귀에 거슬린다고 했다. 하지만 셸렌버거 대표의 경우 원전업계의 이해를 대변하는 이른바 '원전 마피아'도 아니고 저명한 환경운동가다. 차제에 정부도 공론화위도 이번에 탈원전 속도 조절 필요성을 제기한 미 전문가 21명이 보낸 견해를 숙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