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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연장 결정에 입 연 박근혜..."공직자, 기업인 피고인 전락 참기 힘든 고통"(종합)

구속 연장 결정에 입 연 박근혜..."공직자, 기업인 피고인 전락 참기 힘든 고통"(종합)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연장 후 첫 공판을 마친 16일 오전 서울시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된 후 처음으로 자신의 심경을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은 재판부의 결정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드러냈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법원에 사임계를 제출했다.

■朴 "재판부 결정 받아들이기 어려워..모든 책임 제가 지겠다"
박 전 대통령은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신의 재판에서 "검찰이 6개월동안 수사하고 법원이 6개월 동안 재판했는데 다시 구속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주 4회씩 재판 받은 지난 6개월은 참담하고 비통한 시간들이었다"며 "무엇보다 저를 믿고 국가를 위해 헌신한 공직자들과 국가경제를 위해 노력한 기업인들이 피고인으로 전락한 채 재판을 받는 것은 지켜보는 일은 참기 힘든 고통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염려해주신 분들께 송구한 마음으로 공정한 재판을 통해 진실을 밝히고자 담담히 견뎌왔다"며 "사사로운 인연을 위해 대통령 권한을 남용한 사실이 없다는 진실을 반드시 밝혀진다는 믿음과 법이 정한 절차를 지켜야한다는 믿음에 심신의 고통을 인내했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은 "롯데·SK 뿐만 아니라 재임기간 누구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들어준 사실이 없다"며 "재판과정에서도 해당 의혹은 사실이 아님이 충분히 밝혀졌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자신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박 전 대통령은 재판부의 결정에 대해 "변호인들은 물론 저 역시 무력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며 "오늘 변호인단은 사임의 의사를 전해왔다"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제 정치적 외풍과 여론의 압력에도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할 것이라는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향후 재판은 재판부의 뜻에 밝히겠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은 저에게서 마침표가 찍어졌으면 한다"며 "이 사건의 멍에와 책임은 제가 지고 가겠다. 모든 책임은 저에게 묻고 저로 인해 법정에 선 공직자들과 기업인들에게는 재판부의 관용이 있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다만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 대해서는 "한 사람에 대한 믿음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배신으로 되돌아왔고 이로 인해 명예와 삶을 잃었다"며 원망 섞인 발언을 했다.

■변호인단 전원 사임계 제출..유영하 "변론 무의미"
박 전 대통령의 입장표명 후 유영하 변호사는 10분 간의 휴정을 요청한 뒤 변호인단의 의견을 내비쳤다.

유 변호사는 "재판부는 SK 관련 증거 중 어느 것을 피고인이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건지 되묻고 싶다"며 "박 전 대통령이 석방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 증언이 이뤄지지 않은 증인들을 회유해 증언을 번복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어떤 방법으로 이것이 가능할 지 변호인으로서 납득되지 않는다"고 재판부의 결정에 반박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은 견디기 힘든 모멸감을 극한의 인내로 참아왔고 심신의 고통에도 주 4일 공판을 견뎌왔다"며 "변호인도 혼신의 힘을 다해 방대한 사건 기록들을 다뤄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규정하는 무죄추정의 원칙과 불구속 재판이라는 형사법 대원칙이 무너지는 현실을 몯고하면서 더 이상 본 재판부에서 진행하는 재판절차에 관여할 어떤 당위성도 느끼지 못했다"며 어떤 변론도 무의미하다는 결론에 이르러 모두 사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유 변호사는 "저는 역사를 관장하는 신이 있음을 알고 있다"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 발 여부는 옳고 그름의 판단이 있으리라 굳게 믿는다. 사법역사상 치욕적인 흑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변호인단의 사임 결정에 "사건 내용과 진행 사항에 대해 잘아는 변호인단이 사퇴하는 경우 피해가 고스란히 피고인에 돌아갈 수 밖에 없고,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것도 지체된다"며 재고할 것을 요청했다.

기존 변호인단의 사임이 확정되면 박 전 대통령은 새로운 변호인이나 국선 변호인 등을 다시 선임해야 한다.
이 경우 그동안 10만쪽이 넘는 방대한 수사 기록과 재판에서 이뤄진 내용을 살펴야 해 재판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 13일 박 전 대통령의 속행공판을 마친 뒤 18가지 공소사실 중 구속영장에 포함되지 않은 SK 뇌물부분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재판부는 구속영장 발부 사유에 대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