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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캐디 노조’가 되레 일자리 줄일라

노동3권 보장도 좋지만 ‘최저임금의 역설’ 경계를

고용노동부가 17일 특수고용직 종사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사항이다. 특수고용직은 택배 기사, 대리운전 기사, 화물트럭 기사, 골프장 캐디,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등을 말한다. 현행법상 이들은 근로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자영업자)로 분류된다. 따라서 노조가 없다. 노조를 설립하면 법외 노조가 된다. 과거 화물연대처럼 파업을 하면 불법이다.

오랫동안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은 노동권 사각지대에 속했다.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노조도 못 만들었다. 요즘 아르바이트생들도 받는 최저임금, 4대 보험 혜택에서도 빠졌다. 이들의 권익을 높이기 위한 문 대통령과 고용부의 노력은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몇 가지 걸림돌이 있다.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이 받는 임금은 천차만별이다. 보험설계사 중에는 억대 연봉자도 있다. 대리운전 기사도 저마다 수입이 다르다. 이들을 현대차 노조원처럼 일사불란하게 묶기는 쉽지 않다. 세금은 또 다른 난관이다. 지금은 세율이 낮은 사업소득세를 내지만 회사와 근로계약을 맺는 순간 고율의 근로소득세로 바뀐다. 또 기업들은 4대 보험료 부담을 껄끄러워 한다.

최저임금 패러독스도 염두에 둬야 한다. 정부가 억지로 시장에 끼어들면 뜻하지 않은 파장이 인다. 최저임금을 왕창 올리자 매장마다 무인계산 시스템이 깔리기 시작했다. 만약 강성 캐디노조가 등장하면 골프장엔 지금보다 훨씬 많은 카트가 굴러다닐 공산이 크다. 그만큼 일자리가 준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선진국에선 긱(Gig) 이코노미가 대세다. 긱은 과거 미국 재즈팀이 그때그때 연주자를 뽑아서 공연하는 관행을 말한다. 일이 있으면 모이고 끝나면 해산하는 식이다. 긱 경제는 고용이 유연한 반면 불안하다는 약점이 있다. 이는 촘촘한 사회안전망으로 대처하는 게 정석이다. 바로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8일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현행 Aa2로 유지했다. 그러면서 향후 등급 상승요인으로 구조개혁의 신속한 이행, 하락요인으로 구조개혁 후퇴를 꼽았다.
알맹이는 노동개혁이다. 문재인정부는 애써 성사시킨 성과급제를 원위치시켰다. 특수고용직 사례에서 보듯 노동경직성은 더 단단해질 판이다. 과연 무디스는 이를 어떻게 평가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