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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스포트라이트 사교육의 허와 실] 특목고 가려면 선행학습'필수'…입시전략 돕는 컨설팅학원까지 등장

(2) 사교육의 명암
입시철엔 사교육 수요 폭발 .. 중.고생 48시간 강습 기준 月강습비 45~55만원 수준
숙제도우미 도움 받기도

#. 서울 대치동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김모양(13)은 학교 수업이 끝나자마자 주변 편의점에서 김밥 등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곧바로 학원으로 들어간다. 학교에서 학원까지는 10분도 채 안 걸리지만 학원 수업이 시작되기 전 학원 숙제를 해야 하기 때문에 여유가 없다. 인근 카페에서 숙제하는 일도 다반사다. 김양은 초등학교 때부터 특목고를 가기 위해 학원에서 중학교 수학과 영어를 배웠다. 지금은 중학교 3학년 수학과 토플을 같이 공부한다. 특목고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이렇게 여러 학원 수업을 받는 게 일반적이다.

[fn 스포트라이트 사교육의 허와 실] 특목고 가려면 선행학습'필수'…입시전략 돕는 컨설팅학원까지 등장
■특목고 입시 위해 '학원 선행학습 불가피'

비단 고입을 앞둔 김양이 아니더라도 상급학교 진학이 목표인 초중고생에게 학원은 '필수과정'이다.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5학년 A양은 요즘 학원에서 중학교 1학년 심화 수학을 배우고 있다. 특목고에 진학하기 위해서다. 특목고에서 선행 교육을 대외적으로 장려하거나 입시 요소에 반영하는 게 제한돼 있지만 A양처럼 특목고 입시 준비생들은 모두 선행학습을 통해 고학년 과정을 공부하므로 불가피한 선택이다.

심화반은 통상 수학 올림피아드 수준의 문제를 푼다. 주 2회 하루 3시간씩 학원 수업을 듣는데 숙제가 10여쪽 분량에 달해 숙제하는 것도 버거운 수준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대학생 도우미가 숙제를 돕고 있다. 숙제도우미는 말 그대로 숙제만 같이 풀어주는 역할이다. A양에게 소요되는 학원비는 매달 40만원, 숙제도우미도 1회 1시간씩 주 2회여서 월 45만원이다. 초등학생인 A양의 월 사교육비만 100만원에 이르는 셈이다.

A양의 숙제 도우미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이모씨는 "A양이 어머니에게 숙제 고충을 토로해 고용됐다"며 "학원에서 다른 친구들은 숙제를 잘 하는데 본인은 못 따라갈까 두려워했고, 과외 날이 아니더라도 A양이 숙제를 못해 집을 방문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스스로 공부에 대한 불안감과 입시과정상 불가피한 과정의 하나로 학원과 사교육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중학교 3년 박모군(15)은 "친구 중에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미적분까지 공부한 경우도 있고, 일반고 갈 게 아니면 선행학습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중학교 3학년 이후에는 학원에서 수능대비반 형식으로 본격적으로 공부한다"고 설명했다.

■대학생 알바가 고액 입시컨설팅 전문가

검증되지 않은 사교육이 묻지마식으로 학부모와 학생을 파고들기도 한다. 일단 남들이 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불안심리를 이용해 고가로 운영되는 학원도 있다.

실제 서울 강남의 한 고액 입시컨설팅학원에서 강사로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B씨는 검증되지 않은 학원 교육에 대해 털어놨다. B씨는 "해당 학원에서 컨설턴트들이 하는 일은 논문이나 생활기록부전형 자기소개서를 수정해주는 일과 면접을 돕는 것"이라며 "하지만 말이 수정이지 대필해주는 셈이고, 특히 컨설턴트들은 해당 분야 전문가가 아니라 사실상 알바를 하는 대학생들"이라고 밝혔다.

컨설팅 비용도 어마어마했다. 해당 학원은 학원이 아닌 기업으로 등록해 학원법을 피하고, 2시간에 55만원을 받고 있다는 것. 그러나 대부분 1회에서 끝나지 않기 때문에 적게는 200만원, 많게는 500만원을 받으면서 자기소개서, 생활기록부 등을 수정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면접 같은 경우 1분에 1만원, 2시간 60만원에 진행되는데 이 역시 대학생들이 컨설턴트인 척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더 큰 문제는 학교별 특별전형을 노려 상상하기 어려운 거금을 받으며 컨설팅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학부모들은 이 시기 자녀를 명문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거액을 지출하고 업체는 이런 심리를 이용해 수익을 챙기는 구조다.

값비싼 비용은 둘째치고라도 컨설팅 자체가 비전문가에게 맡겨지면서 학부모와 학생들은 예기치 않게 사교육시장 피해에 노출되기도 한다.

■입시철 사교육 수요 폭발, '필요악' 우려

고입과 대입이 치러지는 입시철에는 학원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맞춤형 공부에다 입시전략에 도움을 주는 컨설팅까지 다양한 사교육 수요가 발생하는 것.

학원가에 따르면 대치동 학원가의 보통 교습비는 수학의 경우 매달 48시간 강습 기준으로 중등 45만~55만원, 고등 45만~55만원, 초등 10시간 45만~50만원으로 고정돼 있다. 상위반 영어학원은 아예 어학원처럼 운영돼 학교 내신 강의 대신 토플, 텝스를 가르치는 학원이 대다수다.
사실상 외고, 특목고를 대비하는 영어학원이다.

서울의 한 영어학원 관계자는 "외고나 특목고를 가려면 내신만 충실히 준비해도 문제는 없다. 그런데 들어가서 적응하고 수업 수준을 따라가려면 내신으로는 불가능하다"며 "입학하는 학생들 대부분 영어 토론을 할 수 있고 토플, 텝스 고득점자로 구성돼 있는데 제대로 적응하고 성적을 내려면 이 정도 공부는 필수"라고 주장했다.

스포트라이트팀 박인옥 팀장 박준형 연지안 구자윤 김규태 최용준 김유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