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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Culture] "탄호이저는 바그너의 삶 그 자체, 38년 긴 잠 깨워 한국 무대 올려"

오페라 '탄호이저' 연출가 박상연
파이낸셜뉴스-성남문화재단 공동제작, 獨신화 바탕의 구원에 대한 이야기
탄호이저役 로버트 딘 스미스.김석철.. 엘리자베트役 소프라노 서선영
국내선 오리지널 독일어 첫 공연.. 26~29일 성남아트센터서 펼쳐져

[yes+ Culture] "탄호이저는 바그너의 삶 그 자체, 38년 긴 잠 깨워 한국 무대 올려"
오페라 '탄호이저' 연출가 박상연 사진=김범석 기자

"'탄호이저'는 바그너의 초기작이지만 계속된 보완을 통해 마지막까지 그가 붙잡고 있었던 작품이다. 어찌보면 바그너의 삶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파이낸셜뉴스와 성남문화재단이 공동 제작해 38년만에 국내 무대에 화려하게 복귀하는 오페라 '탄호이저'는 구원에 대한 이야기다. 육체적 사랑과 정신적 사랑 사이에서 방황하는 탄호이저의 여정을 통해 다름을 포용하며 나아가는 참회와 순례의 길에 대해 말한다.

'탄호이저'의 연출을 맡은 박상연 연출가는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탄호이저'는 바그너의 작품을 관통하는 '구원'에 대한 질문이 시작된 작품이다. 수많은 보완에도 그가 마지막까지 '미완의 작품'이라고 칭할 정도로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오페라의 거장들이 역사와 현실에서 소재를 가져왔다면 바그너는 신화와 민담, 전설을 자신의 오페라 주제로 삼았다. '탄호이저'도 독일의 신화를 바탕으로 쓰여졌는데 바그너 오페라 특징인 선과 악, 순결한 세계와 쾌락적 세계의 싸움을 깊이있게 보여준다.

쾌락과 순결, 북구 신화와 기독교 등 사회.종교적 갈등을 주제로 삼다보니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 바그너 오페라지만 '탄호이저'는 '입문작'으로 불릴 정도로 바그네리안(바그너 팬)을 비롯한 대중의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13세기 중세 독일, 금단의 장소 베누스베르크(비너스의 동산)에 빠져 7년을 살다 돌아온 탄호이저와 그를 지고지순하게 기다린 여인 엘리자베트의 비극적 사랑을 그렸다.

연출가 입장에서 자신이 연출하는 작품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면 그것만큼 반가운 일은 없겠지만, 이번만큼은 부담도 크다. 박 연출가는 "38년만에 '냉동 인간' 탄호이저를 깨우는 심정으로 작품에 임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국내에서야 38년만의 오리지널 독일어 첫 공연이지만 독일 바이로이트를 비롯한 유럽에서는 세계 최정상급 무대가 매년 펼쳐지고 있다.

그는 "'탄호이저'는 수많은 해외 프로덕션이 존재한다. 바그너 팬들은 이런 세계 최정상급 무대에 익숙한 이들이다. 그들의 귀나 눈을 만족시키기란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런 이유로 38년 동안 무대에 올리지 못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기대치가 높다"며 웃었다.

그렇기에 '완성도'보다는 '도전'이라는 의미에 집중했다고 했다. "이번 무대는 정말 모험작이다. 처음부터 완성도보다는 시작점에 주안점을 뒀다. 최선을 다하지 않겠다는 말이 아니라, 이 무대를 시작으로 다양한 버전의 '탄호이저' 공연이 등장했으면 좋겠다는 도전정신으로 접근했다"고 전했다.

대학에서 순수예술을 전공하고 미국 뉴욕대에서 예술경영을 공부하는 동안 연출가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낀 그는 강한 도전정신을 무대 위에 그리는 연출가로 꼽힌다.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선보인 살바토레 샤리노의 오페라 '죽음의 꽃',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선보인 '빨간 구두', 서울시향의 '음악극장'에 이르기까지 그는 전통의 틀에 안주하기보다 자신만의 강한 개성을 무대 위에 펼쳐왔다.

이번 '탄호이저' 무대도 오페라의 고전이지만 그의 이러한 도전정신이 곳곳에 묻어난다. 고전 오페라 무대에서는 흔치 않은 영상 기기를 설치해 음유시인들의 시로 경연하는 부분에서 시를 타이포그래피로 보여주고, 물 속 세상은 수중 촬영까지 하며 현실감을 살렸다.


'탄호이저' 개막을 1주일 앞두고 19일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박 연출가는 "관객들이 '탄호이저'를 좀 더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도록 무대를 꾸미는데 가장 중점을 뒀다"며 "여러 지점이 반목하는 '탄호이저'의 이야기는 현재는 그 모습이 달라졌지만 이념이나 가치관의 대립으로 여전히 존재한다.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라는 이해만 받을 수 있다면 성공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 자리에는 박상연 연출가를 비롯해 지휘자 미카엘 보더, 탄호이저 역의 테너 로버트 딘 스미스와 김석철, 엘리자베트 역의 소프라노 서선영 등이 참석했다. 공연은 오는 26일부터 29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