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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日 아베 압승 뒤엔 ‘아베노믹스’ 있다

일자리 성과나자 청년 호응.. '경제가 민심 좌우' 재입증

22일 치른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공명 연립 여당이 압승했다.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끈 연립 여당은 전체 의석의 3분의 2 이상(312석)을 확보해 독자적으로 개헌 발의를 할 수 있게 됐다. 일본이 평화헌법을 고쳐 '전쟁이 가능한 나라'로 등장한다면 일제의 침탈을 받았던 우리로선 우려할 만한 사태다. 그러나 23일 일본은 주가와 환율이 동반 상승 무드였다. 아베의 승인을 짐작하게 하는 징후다. 이는 일본 열도를 넘어 우리가 동북아 안보.경제 기상도를 점치기 위해서도 놓치지 말아야 할 대목이다.

아베 총리는 이제 잘하면 2020년 도쿄 올림픽 때까지 집권할 발판을 만들었다. '사학 스캔들'에 발목이 잡혀 고전이 예상됐던 그가 역대 최장수 총리까지 넘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가 독도나 위안부 문제 등을 놓고 국수주의적 발언을 일삼아 왔다는 점에서 우리로선 달갑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아베의 장기 집권에 피로감을 갖고 있던 일본 국민들이 다시 자민당을 선택한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유권자들이 과거가 아닌 일본의 미래를 보고 투표한 결과라면 그렇다. 일본에 비해 안보도 경제도 더 어려운 형편인데도 전.전 정권과 전.전.전 대통령까지 불러내 과거사 전쟁을 벌이고 있는 여야 정치권이 참고할 만하다는 차원에서다.

물론 선거 결과를 놓고 갖가지 추론이 제기된다. 혹자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한 안보몰이가 아베를 살렸다고 한다. 하지만 일면적 분석일 뿐이다. 승리의 주역은 개인 아베가 아니라 그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임을 알리는 표심도 드러났기 때문이다. 자민당은 선거전 내내 국내총생산 증가와 일자리 확대 등 아베 내각의 경제 성과를 내세웠다. 18~29세 젊은 층이 압도적으로 호응했다. 반면 알맹이 없는 '유리노믹스'를 내건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의 '희망의당'은 철저히 무너지지 않았나.

문재인정부도 이번 선거 결과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듯싶다.
무엇보다 금융완화와 민간투자를 촉진하는 성장전략으로 거둔 아베노믹스의 실질적 성과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일본의 군국주의 회귀를 막는 것도 당면 과제다. 하지만 지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삐걱거리는 데 미.일은 북핵 공조에 이어 쌍무 FTA까지 타진하는 상황이 아닌가. 어쭙잖게 한.중 공동전선으로 일본의 급속한 재무장을 막으려 하기보다 견고한 한.미 동맹의 기반 위에서 견제하는 게 합리적 선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