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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원전해체시장 선점기회 놓치지 말길

탈원전 상관없이 해야 할 일.. 文대통령 뒷받침 약속 기대

문재인 대통령이 원전 해체산업을 적극 키우겠다고 밝혔다. 22일 발표한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 결정에 대한 서면 입장문에서다. 문 대통령은 "원전해체연구소를 동남권에 설립하는 한편 해외 원전 해체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전 해체산업을 키우는 일은 탈원전과는 무관하게 벌써 추진됐어야 할 일이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여러 면에서 장점도 많다. 건설부터 해체까지, 원전기술 완성이라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 탈원전에 따른 국내 원전 전문인력의 해외유출을 막고 국내에서 일자리 숨통을 터주는 효과도 있다. 정부의 원전 해체산업 육성 방침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5년 10월 2030년까지 6100억원을 투입한다는 정책도 발표했다.

엄청난 블루오션이기도 하다. 짧게는 15년, 길게는 60년까지 걸리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원전 해체와 폐기를 제대로 해본 나라는 미국, 독일뿐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세계시장 규모가 2030년 최대 50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산도 내놨다.

하지만 한국은 원전 건설기술에 비해 해체기술은 상대적으로 뒤지는 게 현실이다. 실제 원전 해체에는 당장 58개의 기술이 필요한데 우리는 아직 17개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원자로 해체 경험도 상업용의 수백분의 1 크기인 연구용 원자로가 유일하다. 한마디로 걸음마 수준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 해체 관련 한국의 기술력은 미국에 견줘 60%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갈 길이 멀다.

원전 해체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기술력 확보가 가장 시급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과 조직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원전 해체 경험자도, 조직도 별로 없다. 지난 정부가 원전해체센터를 설립하고자 했지만 예비타당성을 따지다가 의사결정을 제때 못하는 바람에 작년에 무산됐다. 정부가 앞으로 구체안을 내놓겠지만 하루빨리 전담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해체 과정에서 필요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만들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 원전 해체 기본계획 같은 큰 틀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조직과 인력을 키워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다. 섣부르게 접근하면 폐로 과정에서 방사능 누출 등 사고가 발생해 오히려 화를 키울 수도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적은 예산으로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훌륭한 원자로를 개발해 수출까지 한 원자력 기술선진국이다.
원전 해체기술에서도 그 신화를 다시 쓰도록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원전 해체기술 육성은 탈원전과 무관하게 추진해야 한다. 지금도 이미 늦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