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널뛰는 가계빚 대책 … 선의 피해자 줄여야

금리인상 시기와 겹쳐 경기에도 악영향 우려

정부가 24일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다주택자의 신규 대출을 억제하는 것이 대책의 핵심 내용이다. 내년 1월부터 수도권과 광역시의 주택 중도금 대출한도도 6억원에서 5억원으로 줄어든다. 주택경기 급랭과 잦은 정책 변경에 따른 시장 충격이 우려된다.

1400조원을 넘은 것으로 추정되는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의 안정을 위협하는 잠재적 불안요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집계방식(자금순환통계 기준)으로 계산한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현재 179%로 회원국 평균(135%)보다 월등히 높다. 증가 속도는 더 위협적이다. 가계빚은 2007~2014년에 연평균 60조원씩 늘었으나 2015~2016년에는 연평균 129조원씩 늘었다.

이번 대책은 연간 가계빚 증가율 억제 목표를 7%대 초반으로 설정했다. 이는 추세치(8.2%, 지난 10년간 증가율 평균치)보다 0.5~1%포인트 낮고, 지난해 증가율보다는 무려 3%포인트나 낮다. 연간 증가액이 지금보다 30조원 가까이 줄어든다. 가계빚 증가율을 적정 수준 이내로 낮춰야 한다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다만 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대출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대책이 타깃을 다주택자와 다중채무자로 명확히 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수술 부위를 최소화해야 환자(경제)의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구체적 정책수단으로 신DTI(총부채상환비율)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가 도입된다. 전자는 차주의 대출금 상환능력을 평가할 때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원금상환액을 포함시킨다. 후자는 주택담보대출 이외에 신용대출, 차할부금 등도 원리금상환액에 포함시킨다. 다주택자와 전세금 폭등을 틈타 갭투자를 해온 투기꾼들에 대한 신규대출을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뜻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대출을 조이고 금리까지 오르면 주택경기 침체가 우려된다. 박근혜정부는 대출규제까지 풀어가며 빚 내서 집 사도록 권장하는 정책을 폈다. 그 정책을 믿고 대출받아 집을 산 선의의 수요자들이 달라진 정책의 희생양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이자부담은 2조3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이자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집을 내놔도 안 팔리고 집값은 떨어지는 상황에 직면할 위험이 다분하다.

당장 연간 가계대출 증가액을 30조원이나 줄인다면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개연성이 크다. 23일 열린 당정협의 과정에서 DSR 도입 시기를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긴 것도 너무 서두르는 것은 아닌가. 어떤 경우에도 선의의 피해자가 생겨서는 안 된다는 점을 유의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