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 스포트라이트 사교육의 허와 실]

선행학습 위한 사교육 없어… 학교수업 부족한 부분만 '보충'

(3) 해외선진 학교 사례
핀란드, 정부 지원으로 공교육시스템 성공적 운영
싱가포르, 공교육 철저히 보호

핀란드의 한 고등학교 수업광경. 핀란드는 교사가 아닌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수업을 이끌고 참여하는 게 자연스럽다. 올해 초 이 학교를 방문한 서울시교육청 직원들에게 한 학생이 자신의 학교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새 정부의 교육정책은 '교육의 국가책임 확대'가 명제다. 국공립 유치원 비율을 40%까지 높이고,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은 전액 국고에서 지원하되 고등학교 무상교육과 대학 등록금 지원을 확대하는 재정지원 정책도 제시했다. 이와 함께 고교학점제를 통해 학교 교육의 선택권을 높이고 보조교사를 둬 학교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안도 제시했다. 사교육 대신 학교 교육 강화라는 공교육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같은 공교육 활성화 정책은 가능할까. 재정지원과 사회여건상 우리나라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지만 선진 외국에서는 이런 시도가 이미 성공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실제 외국의 교육 상황은 우리나라와는 다르다. 정규 학교 수업이 주도하는 공교육 위주 시스템과 사교육에 내몰리지 않는 합리적 교육 문화가 조화된 것이다.

■핀란드 '보충학습' 통해 학교가 학원 역할까지

핀란드는 정부 지원으로 공교육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국가다. 그래서 경제적으로뿐만 아니라 교육 선진국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올해 초 핀란드 학교를 방문한 서울시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핀란드에서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모두 무상교육으로 이뤄진다. 초중고교 교사는 모두 대학원 졸업의 석사 이상이고, 수업은 전적으로 교사가 자율적으로 운영한다. 각 학교장 재량에 의해 수업을 운영하도록 해 교사의 수업 수준과 책임성은 그만큼 높다.

특히 학교에서 운영하는 보충학습은 사교육을 대체하고 있다. 학교마다 보충학습을 전담하는 특수교사를 배치해 이들은 학생이 정규 수업에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을 일대일로 집중 지도한다. 우리나라 같으면 소위 '나머지공부'라고 꺼리는 분위기가 있을 수 있지만 핀란드에서는 전체 학생의 3분의 2가 보충학습을 받아 학교 수업의 일부나 마찬가지다. 사교육 업체에서 담당하는 부분을 공교육이 모두 소화하고 있는 셈이다.

학교에서 평가 역시 암기 위주보다는 독서나 서술식이다. 유치원 시기에는 놀이나 체험 등 보육기능 위주 학습이 이뤄지고, 초등학교 평가는 주관식 서술평가로 진행된다. 중학교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있지만 고교입시에 활용되는 정도다.

여기에는 사회·문화적 영향이 작지 않다. 일반고 학생의 20~30%만 대학에 진학하는 핀란드는 노후생활의 안정적 보장 등으로 천편일률적인 대학 진학이 아니라 본인이 원하는 진로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공교육 테두리에서 원하는 공부를 하고, 학교는 이들에게 대입보다는 공부 자체로 인식하게 한다는 설명이다.

■싱가포르, 선행학습 학원 없어…사교육은 공교육 보조역할만

싱가포르 역시 공교육 중심의 교육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역량 있는 학교 리더들과 교사, 효율적 교육시설을 갖춘 학교가 경쟁력이다.

싱가포르 교육부는 싱가포르 유일의 교사교육 기관으로, 전체 366개 로컬 학교에 배치될 교사를 양성하는 난양공과대학교 국립교대와 로컬 학교들이 공동으로 교육을 지원한다. 이들은 교실 수업에서 인성교육을 강화하고 각 학교는 싱가포르 교육의 주요 단계별 기대되는 학습 결과를 구체적으로 설정, 평가하고 있다.

정호진 싱가포르국립교육대학 교수는 "싱가포르는 초중고교 각 교육단계를 마칠 때마다 기대되는 학습 결과를 상세하게 제시한다"며 "예를 들어 초등학교를 마칠 때 교육목표는 '옳고 그름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중학교는 '도덕적으로 정직해야 한다', 고교는 '옳은 일을 위해 도덕적인 용기를 가져야 한다'로 진화한다"고 설명했다.

교육시설 역시 싱가포르 환경에 적합하게 조성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모든 로컬 학교에 실내체육관을 설치했다. 싱가포르가 기후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실내체육 공간을 조성, 체육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다. 교육부 지원에 따라 효과적인 체육 수업에 필요한 수업용품을 충분히 갖추게 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싱가포르는 영재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된 학생은 미리 발굴해 이른바 영재교육이 가능한 학교에 입학시킨다.
이들은 졸업 후 대부분 국가연구기관에 취업해 국가의 '브레인' 역할을 하는 인재로 성장하는 시스템이다.

싱가포르에서 사교육은 공교육을 돕는 역할로, 공교육을 넘을 수 없다는 게 우리나라와는 큰 차이점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교과목 선행학습을 위한 사교육은 전혀 없고, 제2외국어나 수학 등 학교 수업에서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만 사교육의 도움을 받는다.

스포트라이트팀 박인옥 팀장 박준형 연지안 구자윤 김규태 최용준 김유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