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재정분권이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늘 총론 찬성, 각론 반대.. 文대통령이 힘 실어주길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자치와 분권이야말로 국민의 명령이고 시대정신"이라고 말했다. 지방분권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전남 여수에서 열린 제2회 시.도지사 간담회에서다. 이어 문 대통령은 "시.도지사의 숙원인 지방재정 확충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의 날'을 맞아 지방분권 로드맵을 내놨다.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이 목표다.

지방분권은 올바른 방향이다. 민선 지방자치는 올해로 22년째를 맞았다. 하지만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경제력 격차는 되레 더 벌어졌다. 그나마 노무현 대통령이 이런 추세에 제동을 걸려고 했다.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은 지방분권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다 꺼져가는 지방분권에 다시 불을 붙이려 애쓰는 중이다.

지방분권 중에서도 핵심은 재정분권, 곧 돈이다. 시.도지사들은 '2할 자치'라고 탄식한다. 국세와 지방세의 비중 8대 2를 빗대서 하는 말이다. 로드맵엔 "현재 8대 2인 국세와 지방세 비중을 7대 3을 거쳐 6대 4로 개편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세금비중 조정은 제로섬 게임이다. 지방이 많이 가져가면 그만큼 중앙이 더 내놓아야 한다. 이는 문재인정부로서도 곤혹스러운 대목이다. 중앙정부도 복지비가 모자라 허덕이는 판이기 때문이다.

복지비 부담을 둘러싼 중앙.지방정부 간 갈등은 고질적이다. 지난 몇 년간 중앙정부와 지방교육청은 무상보육비를 누가 대느냐를 두고 줄기차게 싸웠다. 기초연금이나 아동수당을 둘러싼 갈등도 여전하다. 복지비는 통상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나눠서 낸다. 큰돈은 중앙에서 내지만 나머지는 지자체 몫이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로선 죽을 맛이다. 기본적으로 중앙정부는 지자체의 재정운용 능력을 의심한다. 예산으로 엉뚱한 짓을 할까봐서다. 이런 불신이 풀리지 않는 한 6대 4는커녕 7대 3으로 이행도 수월치 않다.

정부는 상생기금을 통해 지자체 간 빈부격차를 줄이는 내용도 로드맵에 담았다. 하지만 지자체 간 대립은 중앙.지방정부 간 갈등 못지않다. 작년 봄 박근혜정부는 부자 지자체가 가난한 지자체를 돕는 지방재정 개혁안을 내놨다. 이때 가장 반대한 사람이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이 시장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단식농성까지 했다. 결국 시행령 개정은 물거품이 됐다.

늘 보면 지방분권은 총론 찬성, 각론 반대다.
수천년 중앙집권제 전통을 깨는 게 쉬울 리가 없다. '연방제 버금가는 지방분권'이 공허한 선언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문 대통령이 앞장설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해도 성공을 장담하기 힘든 게 지방분권, 특히 재정분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