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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로 쓴 국감’ 눈길.. 아동학대 피해 어머니 호소

부당갑질에 직원 자살 사연.. 소년범 챙긴 판사 이야기 등 호통.고성 대신 눈물이 채워

‘눈물로 쓴 국감’ 눈길.. 아동학대 피해 어머니 호소
13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한 한 아동학대 피해자 어머니(가운데)가 당시를 회상하며 눈물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호통과 고성이 난무하는 국정감사장에 올해는 유독 '눈물'이 자주 등장해 눈길을 끈다. 부당함과 억울함을 호소하는 증인들의 한 맺힌 눈물부터, 잘못을 지적하거나 피감기관에 대한 감사의 표현 중 감정이 복받친 국회의원들까지 눈물을 흘리며 국감장을 숙연케 하고 있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2017 국감의 공식일정 종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감장 곳곳에서 눈물이 흘러내려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는 아동학대의 현실을 밝히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부른 피해가족들이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피해아동의 어머니들은 피해자와 피해가족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관심과 지원을 눈물로 호소했다.

당시 복지위는 의원들의 질의시간을 연장하면서까지 피해가족의 발언을 끝까지 청취했고, 늘상 시끌벅적하던 국감장에 한때 침묵만 흐르기도 했다. 피해가족의 호소를 들은 의원들도 "가슴이 먹먹한 상황을 목격했다" "내내 마음의 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남자의 뜨거운 눈물도 국감장을 적셨다.

이건용 희망연대노조 티브로드 지부장은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공정위, 한국소비자원,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대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해 사측의 부당 갑질에 대해 절규했다. 이 지부장은 회사의 폭력행위와 직원들의 자살 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눈물을 보여 주변을 숙연케 했다.

국감 때면 피감기관에 대한 호통으로 비난의 화살을 받기 일쑤인 의원들의 '눈물'도 큰 울림을 전하고 있다.

지난 13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장.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질의를 이어가던 민주당 김성수 의원이 갑자기 말을 멈췄다. 순간 어색한 침묵이 흘렀고 김 의원은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이어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MBC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감정이 격해진 것이었다. 김 의원은 MBC 기자 출신으로 20대 국회에 입성, 과방위에서 활동하며 공영방송 정상화 문제를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감동의 눈물을 보인 의원도 있다.
정의당 노회찬 의원은 지난 24일 부산가정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정감사는 묻고 따지고 호통치는 장인 경우가 많은데, 오늘은 감사하는 의미에서 질의하겠다"라며 경남지역에서 소년사건을 8년간 전담, '소년범의 아버지'로 불리는 부산가정법원 천정호 판사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천 판사의 공적을 일일히 설명하던 노 의원은 끝으로 천 판사에게 "지금 하는 일을 더 열심히 해주시기를 바란다. 고맙다"라고 말한 뒤 잠시 말을 멈추었고 금세 눈시울을 붉혔다.

fnkhy@fnnews.com 김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