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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아마존의 혁신, 부럽다

처방전 유통시장까지 진출.. 규제천국 한국선 꿈도 못꿔

아마존이 지난주 애리조나주 등 12개주에서 약국 면허를 따내며 의약품 유통시장 진출 채비를 마쳤다. 환자가 처방전을 약국에 보내고도 재고 부족으로 며칠씩 기다려야 약을 받는 불편함을 없애겠다는 전략이다. 당일 배송이라는 무기를 활용한다면 기존 의약품 유통업체와 약국에까지 상상 이상의 빠른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의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는 고속성장과 막대한 매출규모 때문만이 아니다. 온라인 전자상거래기술을 기반으로 기존 가치사슬을 파괴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아마존은 번거로운 유통망을 깨부순 후 제품 매각 과정에서 마진율을 높였다. 그만큼 소비자 입장에선 더 쉽고 싸게 재화나 서비스를 얻을 수 있다. 기존 생태계에 살았던 화석기업들은 위협받거나 도태될 운명을 맞지만 결과적으로는 시장을 키우는 데 득이 된다는 평가가 많다.

아마존은 산업생태계 파괴자에게 따라붙는 '일자리 킬러(killer)'라는 오명도 씻은 지 오래다. 아마존은 올해에만 미국에서 1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제2 본사 유치공고를 내자 북미지역 238개의 지자체가 치열한 유치전을 벌이면서 일자리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한국의 아마존'으로 불릴 만한 기업이 없다. 미국, 유럽에 비해 시장 규모가 작은 것도 원인이겠지만 과잉규제가 혁신을 가로막는 장벽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상 의약품 판매가 불가능한 한국에선 아마존식 시장 진출은 애초에 차단된 상태라고 봐야 한다. 시장교란을 막기 위해 쳐놓은 규제가 지금은 오히려 강력한 장벽이 되고 있는 셈이다.

기득권만 보호하는 국내 규제는 널렸다. 차량공유업체 우버는 운수사업법에 걸린다. 숙박서비스 브랜드인 에어비앤비를 이용해 숙박업을 하려면 까다로운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한다. 매번 해외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들이 국내 시장에 상륙할 때마다 이런 진통을 겪고 반쪽짜리 사업을 영위하거나 국내 시장을 떠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국내에선 일부 스타트업이 야심차게 틈새시장 진출을 시도했지만 기존 업체들의 볼멘소리에 관련법이 유연하게 개정되지 않은 사례들이 많다. 이미 뒤처진 드론산업은 항공안전법 등의 규제로 여전히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문제는 규제가 기득권 보호뿐 아니라 한국 기업의 혁신마저 가로막는다는 사실이다. 아산나눔재단이 지난 7월 발간한 '스타트업 코리아'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100대 스타트업 중 국내 스타트업은 1곳도 없었다. 과감한 규제개혁 없이는 한국의 아마존을 기대하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