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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사드갈등 봉합.. 정경분리 원칙이 빠졌다

보복조치에 유감 표명 없어.. 중국 의존도 낮추는 게 답

한.중 두 나라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을 봉합했다. 우리 외교부는 10월 31일 '한·중 관계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문은 "모든 분야의 교류협력을 정상적인 발전 궤도로 조속히 회복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중국 외교부도 같은 내용을 홈페이지에 실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달 베트남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난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중 양국이 사드 문제는 이 선에서 끝낸다는 데 공감했다"고 말했다.

우리로선 아쉬움이 남는다. 발표문에 사드 보복에 대한 언급이 한마디도 없다. 중국은 눈에 보이지만 않을 뿐 노골적인 경제보복을 일삼았다. 겉으론 자유무역을 찬양하면서도 실제 행동은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답지 않았다. 더구나 한.중 두 나라는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었다. 사드 보복은 FTA 파트너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이번에 정경분리 원칙을 단단히 세우지 못한 것은 두고두고 짐이 될 듯하다.

야당은 이번 합의를 '굴욕외교'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경제 측면에서 보면 한.중 관계가 정상화 쪽으로 물꼬를 튼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작년 7월 한.미 두 나라가 사드 배치 결정을 공식 발표하자 중국은 즉각 보복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 뒤 1년4개월은 한.중 수교 25년 역사상 경제적 마찰이 가장 날카롭게 부딪힌 시기로 평가된다. 그 전환점은 통화스와프 연장 합의이고, 10.31 합의로 마무리됐다.

이제 흐트러진 한.중 경제관계를 하루빨리 정상궤도로 복귀시켜야 한다. 특히 경북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내준 롯데가 타격이 컸다. 중국은 현지 롯데마트의 발을 묶은 여러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 롯데는 누적적자를 견디다 못해 중국 내 롯데마트를 팔기로 했으나 제값을 받기 위해서도 정상영업이 필수다. 유커(중국인 관광객)의 한국여행 제한도 다 풀어야 한다. 유커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국내 여행, 항공, 면세점, 화장품 업계가 큰 피해를 봤다. 중국이 이번 합의에 진정성이 있다면 보상은 못해줄망정 정상화를 질질 끌어선 안 된다.

한.중 관계 정상화는 성장률에도 긍정적이다. 최근 한국은행은 사드 충격으로 올해 성장률이 0.4%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추산했다. 0.4%포인트는 작은 숫자가 아니다. 올해 추가경정예산 11조원을 투입하면 성장률이 0.2%포인트가량 오르는 효과가 있다. 0.4%포인트는 그 두 배다. 사드 충격 아래서도 올해 우리 경제는 성장률 3% 달성이 무난해 보인다. 유커가 다시 몰려오면 분명 내년 성장률에 플러스다.

다만 중장기적으론 대중 의존도를 낮추는 노력을 꾸준히 기울여야 한다. 사드 보복으로 그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 기본적으로 수출의 4분의 1을 한 나라에 의존하는 경제구조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외채, 경상수지, 외환보유액과 마찬가지로 대외무역 다변화를 경제 펀더멘털의 일부로 다룰 필요가 있다.
다른 한편 중국 시장에서 우리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사드 갈등 이전부터 '메이드 인 차이나'의 경쟁력은 몰라보게 높아졌다. 중국 내 점유율 하락을 사드 탓으로만 돌려선 답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