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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익의 재팬톡!] 한국 엄마들이 부러운 일본 워킹맘

일본에서 저출산 문제를 마주하다②


【도쿄=전선익 특파원】지난 2016년 2월 15일 일본의 한 블로그에 개제된 일본 워킹맘의 글입니다.

‘보육원에 떨어졌다. 일본 망해라!’
[전선익의 재팬톡!] 한국 엄마들이 부러운 일본 워킹맘
지난 2016년 2월 일본의 한 블로그에 실린 '보육원에 떨어졌다. 일본 죽어라' 글 원문 /사진=fnDB

당시 민진당 야마오 시오리(여, 43세) 중의원이 이 내용을 국회에서 언급해 화제가 됐었습니다. 반대로 아베 신조 총리는 진위여부를 알 수 없다고 발언해 일본내 워킹맘들에게 역풍을 맞기도 했습니다. 야마오 시오리 중의원은 이후 정치인에게는 치명적인 불륜 스캔들이 났음에도 워킹맘들의 지지로 올해 중의원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되는 쾌거를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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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오 시오리 중의원이 지난 10월 20일 유세현장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야마오 시오리 유투브 채널 '야마의 책갈피'
사실 일본은 보육원 체계가 매우 합리적으로 잘 짜인 선진국입니다. 일본에는 3 종류의 보육원이 있습니다. 시에서 정해놓은 기준(면적, 시설, 학생 수, 교사 수 등)에 맞는 인가보육원, 나라에서 인증만을 받은 인증보육원, 기준미달인 비인가보육원 등이 있습니다.

시설과 교육프로그램이 비용대비 가장 좋아 인기가 높은 인가보육원은 점수제로 보육원 교육이 가장 필요한 가정에게 먼저 기회가 주어집니다. 점수는 맞벌이 여부, 편부모 가정 여부, 부모 수입, 대기 기간 등을 기준으로 매겨집니다. 부모의 소득에 따라 일부는 구약소(구청)에서 지원되기도 합니다. 위 글을 남긴 워킹맘은 인가보육원을 신청했다 떨어진 엄마입니다.

이처럼 훌륭한 시스템을 갖추고도 질책이 따라오는 이유는 보육원에 들어가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왜 일본은 보육원에 아이를 넣기 힘들까요? 흔히들 보육원 수가 모자라 그렇다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일본은 ‘지리적 수급 불균형’과 ‘고령화’의 문제로 보육원 대란이 일어납니다.

일본 후생노동청에 따르면 보육원 정원은 지난 4월 1일 현재 기준 274만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10만명 늘었습니다. 보육원 이용 아동 수는 255만명(전년동기 대비 8만8000명 증가)으로 약 19만명 정원 미달을 기록했습니다. 문제는 도심에 신청자들이 몰려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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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정재선 기자 /사진=fnDB

‘고령화’ 또한 보육원 대란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지난 2016년 4월 지바현 이치카와시(市)에서는 개원 예정이던 사립 보육원이 인근 주민의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이치카와시는 대기아동 수(373명)가 전국에서 9번째로 많은 도시입니다. 당시 주민들은 ‘아이들의 소음’을 이유로 개원을 반대했습니다.

일본은 급격한 고령화로 노인들의 투표율이 70%에 달하는 나라입니다. 반면 갈수록 적어지는 젊은 세대들은 투표율조차 낮습니다.

지난 201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발표에 따르면 일본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교육부문 편성 예산이 OECD내에서 가장 적은 약 3.5%에 불과했습니다. 다시 말해 미래를 위해 가장 중요한 아동을 위한 예산이 극도로 적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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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화 사회' 일본의 노인들 /사진=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노인시설, 양로원 등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약 50만명에 달하나 유치원, 보육원 등에 들어가지 못하는 어린이의 경우 2~3만명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실수요를 근거로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의 계산이 틀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 4월 보육시설에 들어가지 못한 대기아동이 전국에 약 2만6081명이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노무라 종합 연구소가 지난 9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기아동은 34만6000명(지난 4월 기준)으로 정부 발표와 13배나 차이가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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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준기자> 한국의 금융감독원 어린이보육원 /사진=fnDB
실정이 이렇다보니 일본의 전업주부 엄마들에게 보육원은 사치입니다. 육아란 놀랄 만큼 큰 행복을 주는 반면 상상이상으로 힘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무리 아이를 사랑해도 24시간, 365일 아이와 붙어 있을 수밖에 없다면 마냥 좋을 수는 없습니다. 아이를 낳기 싫어하는 젊은 세대들의 마음을 탓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일본 엄마들에게 한국에는 ‘보육원’이나 ‘키즈카페’, ‘문화센터’, ‘놀이터’ 등 육아시설이 아파트 단지에 하나 정도는 있다고 말을 해주면 부러움 가득한 시선이 돌아오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sijeon@fnnews.com 전선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