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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시장·기업 빠진 文대통령 시정연설

돈 쓰는 복지 혜택만 강조.. 정부 곳간은 누가 채우나

문재인 대통령이 1일 국회에서 취임 후 두번째 시정연설을 했다. 대통령이 자주 국회를 찾아 국정을 설명하는 모습은 바람직하다. 내년 예산안은 문재인정부의 국정철학이 담긴 첫 작품이다. 올해보다 7% 넘게 많은 429조원짜리다. 국회는 단 1원도 소홀함이 없도록 깐깐하게 심사하되 법정기일(12월 2일) 안에 처리하길 바란다.

문 대통령은 연설 초반에 20년 전 외환위기 이야기를 꺼냈다. 그 후유증으로 국민의 삶이 송두리째 바뀌었다고 말했다. "저성장과 실업이 구조화되었고, 중산층이라는 자부심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해결책으로 문 대통령은 사람중심 경제를 제시했다. 일자리와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세 개의 축이 사람중심 경제를 떠받친다. 양극화는 세계적인 고민거리다. 나라마다 해법을 놓고 고민한다. 문 대통령이 내놓은 사람중심 경제는 한국적 해법이다.

사람중심 경제는 국가의 역할을 강조한다. 실제 문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나라가 주는 여러가지 복지를 설명하는 데 꽤 긴 시간을 썼다. 공공 일자리, 건강보험 보장성(문재인케어), 기초연금, 아동수당, 장애수당, 최저임금 지원 등이다. 분명 사회안전망 확대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현행 저부담.저복지를 중부담.중복지 체계로 꾸준히 바꿔나가야 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빼먹은 게 있다. 사람중심 경제를 강조하느라 시장과 기업은 뒷전으로 밀렸다. 물론 국가의 역할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가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유지하는 한 국가는 시장실패를 보완하는 역할에 그치는 게 옳다. 정부가 깊숙이 끼어들면 되레 부작용을 부른다. 최저임금을 보자. 내년 시급을 억지로 높이는 데 들어가는 예산이 내년에만 3조원이다. 내후년부터는 지원 여부가 불투명하다. 정부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위적으로 올린 시급을 놓고 곳곳에서 마찰음이 들린다. 오히려 일자리를 없앤다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사람을 많이 쓰는 업종에선 무인 자동화 작업이 한창이다.

사람중심 경제의 한 축을 이루는 혁신성장도 립서비스에 그친 느낌이다. 혁신은 기업만이 할 수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혁신을 가로막는 갖가지 규제를 풀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나 규제프리존법을 국회가 빨리 처리해달라는 이야기도 꺼내지 않았다. 이래선 문재인정부의 혁신성장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해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순위를 보라. 상위권은 미국과 유럽국들이 휩쓴다. 아시아에선 싱가포르.홍콩이 발군이다. 큰 정부를 추종하는 사람중심 경제만 갖고는 이들 나라와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