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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인터뷰] 방준배 월드바리스타 챔피언십 한국대표

"타고난 감각? 훌륭한 바리스타의 핵심은 성실과 끈기죠"

[yes+ 인터뷰] 방준배 월드바리스타 챔피언십 한국대표

"로브스타(커피 종류)네요." 지난 1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 이달 서울에서 열리는 '제 18회 월드바리스타 챔피언십'에 한국대표로 출전하는 방준배 바리스타(사진)가 지나치듯 말했다.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의 맛 차이도 모르는 기자가 '맛에 대한 감각은 타고난 것'인지 묻자 훌륭한 바리스타는 '혀가 아닌 성실이 만든다'고 답했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신 김치와 보통 김치로 만든 김치찌개 맛을 구별할 수 있어요. '절대음감'은 훌륭한 음악가가 되기 위한 필요조건은 될 수 있지만 충분조건을 될 수 없죠. 저보다 훌륭한 코(후각)와 혀(미각)를 가진 친구들은 많았지만 현재까지 남아있는 바리스타는 많지 않습니다."

방준배 바리스타는 2017년 현재 공식적으로 우리나라 최고의 바리스타 중 한 명이다. 지난해 7전8기만에 국가대표 바리스타 선발전(KNBC)에서 1위를 차지했다. 전세계 60개국에서 국가를 대표하는 바리스타가 기량을 뽐내는 월드바리스타 챔피언십에 참가한다. '폴 바셋'이 1회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유명세를 얻게 된 것도 이 대회 덕분이다. 그의 목표는 본선, 6명 안에 드는 것이다. 앞선 17년의 대회 동안 우리나라 바리스타의 본선 진출은 2009년 이종훈 바리스타의 5등이 유일하다.

1년을 준비한 전세계의 난다 긴다 하는 바리스타는 단 15분 만에 점수를 받게 된다. 바리스타는 15분 동안 한 자리에서 에스프레소, 우유베이스(라떼) 음료, 창작 음료 등 3가지 음료를 만들어야 한다. 심사위원 4명을 위해 총 12잔. 대회에 사용할 원두도 바리스타가 직접 고른다.

방 바리스타는 "올해는 에콰도르와 콜롬비아의 원두 농장에 방문했고, 이 중 한곳의 원두를 쓸 예정"이라며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경제적인 비용도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시절 실용음악을 공부했고, 군생활도 군악대를 했다. 하지만 형편이 넉넉지 않아 카페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시급이 3500원에서 5000원으로 올랐다. 2007년 바리스타를 다룬 드라마 '커피프린스'가 히트를 하면서 바리스타가 되기로 결심을 굳혔다. 서빙, 커피 제조, 커피 아카데미 강의 수강,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을 획득하며 기본을 닦았다.

2011년 코리아바리스타챔피언십(KBC)에 처음 나갔다. 그는 "무대에 올라가서 준비기간 손이 떨려 대회를 포기할까도 생각했었다"며 "그때 그만뒀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우리나라는 유독 바리스타 경쟁이 치열한 국가 중 하나다. 방 바리스타는 국가대표 바리스타가 되기 위한 과정을 '양궁'에 비유했다. 뉴질랜드와 같은 나라는 국가대표 선발전에 5명이 나오지만 우리나라는 100명이 나온다. 외국은 2~3년씩 대표를 유지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는 매년 바뀐다.

방 바리스타는 현재 커피 유통과 메뉴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안드레아 플러스'라는 회사에 소속돼 있다.
내년에는 '그레이'라는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를 론칭할 예정이다. 국가대표 바리스타가 내리는 커피와 함께 샌드위치 등 간단한 음식도 같이 내놓을 계획이다.

그는 "일본 초밥의 장인이자 미슐랭 스리스타인 오노 지로는 수십년을 넘어 선 '반복'을 강조해왔다"며 "경험은 반복이지만 그 안에서 새로움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성실과 끈기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환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