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yes+ Culture] 판소리꾼 한승석·뮤지션 정재일.. 3년만에 2집 '끝내 바다에'로 재결합

국악-현대음악의 만남… 18일 콘서트
"앨범 전체 곡이 하나의 작품 전곡 차례대로 들어보세요"

[yes+ Culture] 판소리꾼 한승석·뮤지션 정재일.. 3년만에 2집 '끝내 바다에'로 재결합
왼쪽부터 한승석, 정재일

'물길의 선두는 스스로 길을 찾고 감돌아가네/뒤이은 물줄기는 내어진 길을 따라 흐름을 얻는다네/가다가 잠시 암벽을 만나 돌아가거나/웅덩이에 잠깐 괴기도 하지만/그것은 그저 흐름의 한 끝일 뿐/꺾인 게 아니라네 멈춘 것도 아니라네/도용도용 호호탕탕 도도한 물결의 흐름은 끝이 난 게 아니라네…' (한승석.정재일 2집 '끝내 바다에' 타이틀곡 '저 물결 끝내 바다에' 中)

딱 3년 만이다. 그들은 약속을 지켰다. 국악과 현대음악의 만남이 가장 모던한 한국의 소리로 자리매김했다. 판소리꾼 한승석과 뮤지션 정재일이 2집 앨범 '끝내 바다에' 앨범을 들고 대중 앞에 섰다. 지난 2014년 바리공주 설화를 바탕으로 한 첫번째 음반을 내놓은 이후 각자의 음악활동을 해오다 재결합했다.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스물아홉에 소리의 길을 걷기 시작한 '판소리꾼' 한승석과 열네살에 밴드 긱스의 베이시스트로 무대에 오른 '천재 음악가' 정재일은 국악 밴드 '푸리'에서 함께 활동한 이래 끊임없이 서로 예술적 교감을 나눠온 '지음(知音)'이다. 앨범 발표에 이어 18일 콘서트를 앞두고 있는 두 사람을 만났다.

―음악을 하는 데 있어 서로의 존재는 어떤 의미인가.

▲정재일(이하 정)=승석이 형은 선생님에 가깝다. 아름다운 걸 알게 해주셨다. 국악밴드 '푸리' 활동을 하면서 학습한 게 굉장히 많다. 인간으로 전통예술의 아름다움을 안 게 인생에 도움이 됐다. 삶이 풍요로워지고 여기에 내가 가진 음악언어로 형과 새로운 걸 만들 수 있는 것도 나에겐 의미가 크다.

▲한승석(이하 한)=옛날에 선비들이 그렇듯 재일씨는 나에게 나이를 떠나 진정한 사귐을 하는 벗과 같은 존재다. 동생이라기보다 나에게도 선생님이고 동반자인 친구다. 내가 상상한 것들을 아무렇게나 던져도 모든 걸 맞춰주는 보험과 같은 존재다. 재일이만 있으면 아무리 허접하게 해야겠다 해도 허접해지지 않는다.

―약속한 대로 1집 발매 후 3년 만에 2집 앨범을 냈다. 타이틀의 의미는.

▲한=이번 앨범의 키워드는 정이다. 사람간의 정. 이번 앨범은 황석영 작가의 대하소설 '장길산', 김소월의 시, 조선 영조 때 김천택의 가집 '청구영언' 등 다채로운 한국문학을 담았다. 특히 '장길산'에 나오는 글귀가 메인 타이틀 곡의 소재로 쓰였다. 대학을 다니던 25년 전부터 책을 읽으며 이걸 바탕으로 언젠가 음악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엄마와 아기처럼, 심지어 산천초목과 짐승, 벌레도 다정한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는 염원을 담았다. 당장은 아니어도 물줄기가 청산에서 발원해서 결국 바다에 이르러 찬란히 떠오르는 태양과 만나듯이 우리가 꿈꾸는 세상도 언젠가는 오지 않겠는가 하는 희망을 담았다.

▲정=1집은 바리 공주 설화를 중심으로 모든 걸 연결시켰다면 이번엔 한 곡 한 곡 다른 테마로 독립적인 곡이 되길 원했다. 가사가 만들어지고 편곡은 우리 둘이서 했는데 1집 땐 고수가 피아노 반주를 하듯 단순한 편곡을 했다면, 이번에는 곡의 스케일에 따라 생각하면서 편곡에 다른 제한을 두지 않았다. 그러면서 전통악기와 오케스트라가 들어갔다.

―앨범 제작 에피소드가 있다면.

▲한=건강을 많이 해쳤다. 제 나이가 50인데 나이를 못속이겠더라. 처음 재일이를 만난 2001년 11월부터 김홍도의 편지글, 메모글 적은 종이를 보여주면서 늘 했던 얘기가 가사로 풀리는 거였는데 이게 참 마냥 쉽지만은 않더라. 1집 앨범은 배삼식 작가가 가사를 써줬다.

▲정=음악적으로는 좀 타이트한 일정 때문에 생긴 몇 가지 일이 있다. 원래 9월 안으로 마스터링을 해야 했는데 갑자기 우리가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 행사에 공연을 하게 됐다. 작업할 시간이 모자라서 수소문 끝에 현지에서 스튜디오를 빌리고 그곳에서 믹싱과 마스터링을 계속하게 됐다. 미국인 연주자들도 섭외해서 오케스트라 마스터링을 했는데 영화 '옥자' 때 함께 했던 미국 지휘자가 도와주셨다. 그분이 한국 가사를 모르는데 너무 잘 아시는 것처럼 지휘해주셔서 감동이었다.

―오는 18일 앨범 발매 기념콘서트에서는 무엇을 보여줄 계획인가.

▲정=1집 공연에는 전통악기도 한두 개 정도로 해서 단촐했는데 이번에는 한국음악 앙상블이 있고 서양음악 앙상블도 있다. 이번에 그렇게 안하면 이 음악을 들려줄 수 없다. 한국음악은 앨범작업에도 같이 참여했던 '바라지 앙상블'과 함께 하고 서양음악은 '더 퍼스트'라는 팀과 같이 한다.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한=많은 사람이 음악을 듣고 옆 사람에게 다정한 말 한마디 건네야겠다는 마음이 생긴다면 보람 있을 것 같다.

▲정=앨범 전체의 곡을 하나의 작품으로 받아들여줬으면 한다. 전곡을 차례대로 다 들어보셨으면 좋겠다.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