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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정부는 대한상의 하소연에 귀 기울이길

기업 죽이는 노동정책 경고.. 손봐주기식 정책 지양해야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이 "정부 노동정책 때문에 기업들 죽어난다"고 작심 발언을 했다. 지난 2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삼성.현대차.LG.SK.롯데 등 5대 그룹 최고경영자(CEO) 초청 비공개 간담회 자리에서다. 이 부회장은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통상임금 등의 이슈로 특히 중소기업들이 힘들어 한다"면서 "정부가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부회장의 발언은 문재인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친(親)노동정책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내년 법인세 인상을 앞둔 상태에서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통상임금 등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엔 모든 기업이 충격을 감당해내기 어렵다.

특히 근로시간 단축은 중소기업들엔 존폐를 가르는 중대 이슈다. 사람을 뽑기 어려운 중소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유연한 인력 운용이 어려워진다. 수주량이 늘었을 땐 사람을 뽑기 어렵지만 일감이 줄어들 때도 인원을 강제로 줄여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직원들은 소득감소에 대처해야 한다. 50% 할증수당을 받는 주말근무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은 올랐지만 소득은 제자리걸음을 걷게 되는 역설적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문제는 또 있다. 통상임금이다. 통상임금은 노동자에게 정당한 노동수당을 챙겨주기 위해 중대한 이슈지만 여기에도 함정이 많다. 지난 2013년 갑을오토텍을 대상으로 한 대법원 판례만 가지고 하급법원이 따지기에는 충분한 기준점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인 관련법을 조속히 개정하지 않으면 소송에 따른 후폭풍을 정확히 측정하기 불가능하다.

각 경영단체와 연구기관 등의 분석에 따르면 기업들이 현 정부의 주요 개혁을 모두 수행하는 데는 한 해에만 최소 70조원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통상임금에 대한 부담금만 최대 38조5509억원(한국경영자총협회 추산), 근로시간 단축으로 들어가는 비용도 12조3000억원(한국경제연구원)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중소기업 전체 인건비도 15조2000억원이 더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중소기업 중앙회). 세법 개정안에 따른 법인세 부담도 내년부터 3조1000억원 늘어난다.


현 정부의 노동정책은 모든 현실을 기업 책임으로 모는 손봐주기식 처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마저 모든 처방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해 기업과 노동자 모두에게 부작용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의 발언은 이런 우려를 담은 경고로 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