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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서울시·국토부는 혁신 훼방꾼인가

카풀 '풀러스 앱'에 제동.. 이래서 혁신성장 될까

서울시가 8일 승차공유서비스업체 '풀러스'를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풀러스가 제시한 '출퇴근시간 선택제'를 문제 삼았다. 풀러스 앱을 쓰는 운전자는 하루 24시간 중 출퇴근시간을 자유롭게 골라 카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법)은 '출퇴근 때 승용차를 함께 탄 경우' 영업용이 아닌 자가용 자동차 운전자도 돈을 받고 사람을 태울 수 있도록 규정한다. 서울시는 아침이나 저녁이 아닌 시간대를 출퇴근시간대로 선택해 영업하면 불법이라는 주장이다. 국토교통부는 출퇴근시간대에 비영업용 택시가 영업토록 한 것은 교통 혼잡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 법의 취지라며 서울시와 같은 시각을 보였다.

중앙부처와 지자체가 스타트업에 엄격한 규제 잣대를 들이대는 이유는 간단하다. 택시업계와 버스업계 등 기득권 업종 때문이다. 지난 3월 콜버스랩은 업계 반발로 공유버스 운행시간을 심야시간대인 밤 11시부터 새벽 4시까지로 제한해야 했다. 차량공유서비스업체 미국 우버도 여객법 위반 논란으로 퇴출됐다. 신사업이 나올 때마다 허가당국이 기득권 감싸기에만 나선다면 혁신기업 생태계를 만드는 데 한계가 올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혁신창업과 새로운 산업의 기회를 가질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2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선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안'이 나왔다. 30조원의 모험자본을 투입해 제2의 벤처 붐을 조성하겠다는 정부 목표가 나왔다.

기존 사업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중앙부처와 지자체의 입장도 이해한다. 다만 혁신기업이 태동하기 위해서는 유연하게 제도를 적용해 시장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영국 금융감독청(FCA)이 지난 2015년 도입한 '규제 샌드박스(Regulatory Sandbox)' 제도도 참고할 만하다. 스타트업이 일정기간 규제 없이 사업토록 한후 시장 영향을 봐가며 사후규제를 적용하는 방안이다.
규제 샌드박스는 지난달 11일 정부가 출범시킨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도 꼽은 핵심 키워드다. 유연한 규제로 혁신 생태계를 만들자는 목표다. 그런데도 신사업이 번번이 기존 규제에 가로막히는 것을 보면 혁신기업을 장려하는 정부의 정책은 말 따로 행동 따로라고 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