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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신남방정책 '차이나 리스크' 줄인 대안

사드 갈등 도질 수 있어 인도.아프리카로 넓히길

문재인 대통령이 9일 "한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과의 관계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한반도 주변 4대국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동남아 3개국 순방에 나선 문 대통령이 첫 기착지인 인도네시아에서 '신(新)남방정책'이란 새 기치를 든 것이다. 그러잖아도 중국 시장에 올인하다시피 했다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제재로 인해 큰 홍역을 치렀던 우리다. 동남아 시장 개척을 지향하는 신남방정책이 정교한 실행 프로그램으로 열매 맺기를 기대한다.

문 대통령은 10일부터 베트남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외교 일정에 들어간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각국 정상과의 회동에서 현안인 북핵 해법을 찾는 다자 외교의 폭을 넓히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문 대통령이 그보다 못지않게 시장 다변화에도 공을 들이기를 당부한다. 사드 제재가 풀리는 국면이라지만 온전히 마음 놓기는 이르기 때문이다. 중국의 행태로 미뤄볼 때 북핵 문제가 꼬이면 사드 갈등은 재연될 소지가 커서다. 이를 떠나 대중 수출의존도가 지난해 기준으로 25.1%에 이른다면 그 자체가 불안요인이다. 어차피 중국이 한.중 분업구도를 바꾸기 위해 기술경쟁력이 있는 업종부터 내수 대체를 가속화하려는 마당이 아닌가.

그런 맥락에서 신남방정책은 '차이나 리스크'를 줄일 맞춤형 해법일 수 있다. 북핵 변수에 발목이 잡혀 진척이 더딘 신북방정책에 비해 전망이 밝다는 얘기다. 아세안과의 교역 규모를 지난해 1188억달러 수준에서 2020년까지 지금의 중국 수준인 2000억달러로 확대하겠다는 목표가 무리하게 비치지 않을 정도다. 다만 신남방정책으로 자족할 일도 아니다. 시장 다변화 노력이 13억 인도 시장이나 아프리카로 계속 이어져야 한다.

북핵 문제든, 경제통상 문제든 교섭 채널을 다양화해 외교 지평을 넓히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렇다 하더라도 사드 추가배치 불가 등 '3불(不) 입장을 불쑥 내놨다가 미국이 우려를 표명하자 "친중은 아니다"라며 주워담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국력이나 우리가 처한 지정학적 여건을 무시한 외교 다변화를 균형외교라는 말로 미화하기에는 위험성이 너무 크다. 더욱이 지금은 북한의 '핵 폭주'로 인한 안보 위기에다 4차 산업혁명기를 맞아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도 커지는 상황이다. 우리는 시장 다변화도 안보와 경제혁신 로드맵 등을 포함한 총체적 국익의 우선순위를 냉철히 따져가며 진행하는 게 옳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