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文·시 베트남 회담, 사드 갈등에 마침표

광군제서 한국제품 선전.. 정경분리 원칙 선언하길

11일 중국과 관련해서 두 가지 주목할 일이 있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베트남 다낭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시 주석은 "문 대통령을 다시 만나 아주 기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우리 속담을 소개하며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할 수 있게 양측이 함께 노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시 회담은 두 나라가 동시에 발표한 10.31 사드합의문을 정상 차원에서 추인한 의미가 있다. 이로써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놓고 불거진 한.중 갈등은 공식적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회동에서 문 대통령은 12월에 베이징에서 시 주석을 다시 만나기로 합의했다. 추가 회담 선약을 잡은 셈이다. 사실 다낭 회동은 약식이다. 베트남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김에 두 사람이 짬을 내어 만난 것이다. 다낭 회동은 50분에 그쳤다. 12월 베이징 회담에선 북핵을 놓고 본격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알찬 성과를 기대한다.

11일은 또한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부르는 광군제(독신자의 날) 세일이 열린 날이다.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실시한 광군제는 이날 단 하루 새 28조원 매출을 올렸다. 작년보다 40%가량 증가한 수치다. 지난달 말에 끝난 코리아 세일 페스타는 한달 장기행사에도 불구하고 11조원을 밑도는 매출(100개사 기준)을 올리는 데 그쳤다. 14억 인구를 배후시장으로 둔 광군제의 파괴력을 짐작할 수 있다.

더구나 올해 광군제는 전 세계 쇼핑족들의 축제가 됐다. 전체 14만개 브랜드 가운데 해외브랜드가 6만개에 이른다. 해외국가 중에선 한국이 일본, 미국, 호주, 독일에 이어 5위에 올랐다. 작년 3위에 비하면 두 단계 밀렸지만, 사드 갈등이 풀린 지 열흘 남짓밖에 안 된 걸 고려하면 선방한 셈이다. 중국 소비자들이 여전히 한국산 제품을 선호한다는 걸 알 수 있다.

10.31 사드 합의문이 발표된 뒤 유커 비중이 큰 관광.유통.항공.호텔업계에 훈기가 돌고 있다. 중국시장에서 고전하는 자동차도 기대감에 부풀었다. 25년 전 수교한 이래 한.중 경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발전했다. 사드 이슈로 잠시 사이가 서먹해졌으나 하루속히 예전의 긴밀한 관계로 돌아가야 한다. 현실적으로 경제가 정치.안보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사드 합의문 이후에도 이른바 '3불(不)'을 둘러싼 논란의 여지가 남았다.
하지만 그럴수록 정경분리 원칙을 지키려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한.중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이다. 12월 정상회담에선 두 정상이 공개적으로 정경분리 원칙을 천명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