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9개월만에 마주한 고영태에 "국정농단 기획 장본인"(종합)

인천본부세관장 인사에 개입해 뒷돈을 받았다는 이른바 '매관매직' 혐의로 기소된 고영태씨(왼쪽)가 13일 오후 서울시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최순실씨(오른쪽)도 이날 고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한 때 최측근이었던 고영태씨에 대해 '국정농단 사건'을 기획한 장본인이라고 주장했다.

최씨는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조의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고씨의 사기 등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체류목적으로 독일로 간 저를 도피로 몰아갔고, 모든 증거를 수집해 국정농단 사건을 기획한 게 고영태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최씨는 국정농단 사건의 기폭제가 된 태블릿PC에 대해서도 "저는 처음 보고 쓰지 않았다. 고영태 기획에 검찰이 일부 가담하거나 JTBC가 기획된 국정농단을 한 게 아닌지 1년 동안 의심해왔다"고 말한 바 있다.

■최순실 "고영태가 약점 잡았다"
이날 최씨는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들어선 후 몇 초간 고씨 쪽을 응시했다. 최씨는 지난 2월6일 자신의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고씨와 법정에서 피고인 신분으로 만난 바 있으나 9개월여만에 입장이 바뀌었다.

최씨는 "내일 (이대 비리)선고가 있기 때문에 부담돼서 불출석 사유서를 내려다 증인으로 나왔다"며 "사기 등 전과가 있는 고씨에 대해 국회의원 33명이 탄원서를 낸 사실이 충격과 우려감이 들어 진실을 밝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증인으로 나온 최씨는 고씨의 혐의와 관련 없는 진술로 수 차례 재판부의 제재를 받았다. 그는 "대통령 뒤에서 일하는 자신을 고씨가 약점으로 잡았다", "CCTV로 몰래 촬영해 언론에 넘기는 등 공갈협박을 당해 살기가 어려웠다" 등 고씨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불리한 질문에는 "공소사실만 말해라"
최씨는 "인천본부세관장을 청와대에 추천하고 대가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는데, 또 누구를 추천했었나"라는 검찰의 질문에 "공소사실에 대한 것만 말하라"며 증언을 거부했다. 이어 "너무 많은 의혹이 제기돼 고통받고 힘든 상태"라고 토로했다.

최씨는 고씨의 소개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게 김모씨를 인천본부세관장으로 추천했다는 사실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대가를 받았느냐는 검찰의 질문에는 "그랬으면 세상이 시끄러웠을 것"이라며 "선물을 받은적이 한번도 없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답했다.

최씨는 "고씨가 세관장을 소개할 때 의도가 있어 보였느냐"라는 고씨 측 변호인의 질문에 "항상 의도가 있었고 순수한 마음으로 권유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씨가 의도가 있었다고 의심했음에도 왜 정 전 비서관에서 세관장을 추천했느냐"라고 변호인이 되묻자 "사람이 건실하다고 봤다"며 짧게 대답했다.

이후에 최씨는 변호인단과 언성을 높이며 실랑이를 벌여 재판부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고씨는 2015년 인천본부세관 이모 사무관으로부터 가까운 상관인 김모씨를 세관장으로 승진시켜 달라는 청탁 등과 함께 사례금 명목으로 총 22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를 받는다.

또 투자금 명목으로 8000만원을 빌렸다가 갚지 않은 혐의(사기), 불법 인터넷 경마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한국마사회법 위반)도 있다.

앞서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온 고씨는 지난달 27일 재판부가 보석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199일만에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났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