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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전속고발권 폐지 … 소송남발 대책은 있나

정부, 유통3법 우선 추진.. 중기 경영에 또다른 악재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이 유통 분야에서 일부 폐지된다. 공정위는 12일 '법 집행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 중간보고서'를 통해 전속고발권 관련 6개 법률 가운데 가맹법.유통법.대리점법에 한해 우선 폐지키로 했다. 시장 혼란을 우려해 전속고발권의 전면 폐지보다는 점진적 폐지에 방점을 뒀다.

공정위는 유통3법 전속고발권 폐지에 속도를 낸다는 입장이다. 김상조 위원장은 "유통분야의 불공정행위 근절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쉽지는 않아 보인다. 전속고발권 폐지는 법 개정사항으로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야당은 김 위원장이 지난 8월 TF를 꾸린 것에 대해 국회 입법 과정을 무시한 월권행위라며 전속고발권 폐지를 반대한다.

전속고발권은 공정위의 고발 없이는 검찰이 기소할 수 없도록 한 제도다. 소송 남발을 막기 위해 1981년 공정거래법 시행과 함께 도입됐다. 하지만 그동안 공정위가 고발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아 기업의 불공정 관행에 면죄부를 준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 1981년부터 지난해까지 공정위가 처리한 사건은 모두 8만467건이었는데 고발은 814건으로 전체의 1% 수준에 그쳤다. 2014년 보완책으로 도입한 의무고발요청제도 마찬가지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속고발권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건 이유다.

하지만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않다. 누구나 공정거래관련법 위반 사건을 검찰에 고발하면 소송대란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대기업보다 대응여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이 더 큰 피해를 본다. 실제 2013~2015년 불공정행위 등으로 공정위에 신고된 기업 8097곳 가운데 85%가 중소.중견기업이다. 올 초 국회 정무위가 개최한 전속고발권 폐지 관련 공청회에서는 "전속고발권을 전면 폐지하면 위법행위 억지효과보다 기업활동 위축이라는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전문가의 지적이 많았다.

제 역할을 못하는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해 소상공인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는 물론 옳다. 하지만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면 일을 그르치기 십상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보라. 궁지에 몰린 영세사업자들은 아우성이고, 대기업은 무인편의점을 시범 운영한다. 이런 전철을 또 밟아서는 곤란하다. 더디 가더라도 부작용을 줄이는 게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