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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공공기관 21곳 '물갈이'..내달 기관장 10여명 임명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기관들의 기관장 공석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채용비리, 성추문 등 여러 잡음이 끊이질 않으면서 상당수 기관장들이 자리에서 불명예스럽게 물러났다. 일부 공기관들은 기관장이 없는 대행 체제가 장기화하고 있다.

정권 교체후 대거 물갈이가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내달 중순부터 산업부 산하 10곳 이상의 공공기관장 추천을 최종 승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원추천위원회 등 사장 공모절차가 우선 진행된 기관부터 임명될 예정이다. 가스공사 사장 등 12~13개 정도로 예상된다. 일부 산하기관장들은 내정자 명단까지 돌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정권 창출 공신을 우선하는 과거 인사 적폐 관행을 깨고 전문성을 우선하는 기관장 인사가 될 지 주목된다.

■산업부 산하 21곳 기관장 '물갈이'
21일 산업통상자원부 및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산하기관 41개(공기업 16개, 준정부기관 15개, 기타 공공기관 10개) 가운데 21곳의 기관장이 해임 면직 처분 및 임기 만료된 상황이다. 가스공사, 원자력환경공단 등 여러 공기관들은 이미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해 기관장 후보자를 산업부에 추천, 인사 검증이 진행 중이다.

산하기관장 인사와 관련,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산하 기관장들) 공석이 너무 많다. 앞으로도 자리가 많이 나올 듯하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하면서 임명 절차를 조속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백 장관은 "후임자는 전문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다 보니 전문성이 없다고 하면 다시 봐야 한다. 또 조직 관리력과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보통 정권이 교체되면 공공기관장들은 대거 물갈이되는 게 관행이다. 다만 올해는 급작스러운 정권 교체에다 공공기관장들이 채용비리에 대거 연루돼 불명예 퇴진하는 사태 등이 맞물리면서 공공기관장 공석이 한꺼번에 일시에 몰렸다는 게 특징이다.

기관장이 공석인 산하기관들은 우선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청와대 등에 '낙하산 인사'가 지명되더라도 절차상 필요하다. 후임 사장 선임 진행 속도는 모두 다른데, 임추위 절차를 끝내 청와대의 '최종 결정'을 앞둔 기관도 있는데 비해, 임추위조차 구성하지 못한 곳도 여러 곳이다.

특히 최근 산하기관장 인사 개입 혐의로 산업부 담당 공무원이 구속되는 사건이 터지면서 임명 절차를 진행하는 산업부 내에서도 몸을 움츠리며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산업부 관계자는 "구속 사건 이후, 공무원이 산하기관장 인사에서 상부의 지시를 어느 정도 따라야하는 지 등 보폭이 위축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여기에다 이달 말까지 범정부 차원의 공공기관 채용비리 전수조사 결과도 변수다. 내달 말까지 접수하는 '채용비리 내부고발 신고센터' 결과도 남아있는데, 임기와 무관하게 공공기관장들의 비리가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공공기관장 인사 원칙은 서두르지 않고 전문성과 능력 위주로 검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권 창출에 기여한 여러 인물의 '낙하산 보은 인사' 가능성은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다만 공공기관장 인사가 예상보다 늦어지고 공석사태가 장기화면서 정부가 인사 검증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 "내달 중순부터 10곳이상 사장 임명"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산하기관 인사 지연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산업부는 공모 절차가 어느 정도 진행된 기관들을 우선해 내달중순 부터 사장을 임명할 방침이다. 공공기관 인사 쪽 정부 관계자는 "임추위 구성과 후보 추천 등을 완료한 산업부 산하기관 12~13개사 정도는 이달 중순부터 신임 사장 윤곽이 나올 것이다. 이후 다른 공기관들도 내년 초까지 임명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준, 산하기관 중 기관장이 면직 또는 해임된 곳이 13개사다.

산하기관 중 규모가 큰 가스공사는 4개월째 사장 공석 상태다. 전 정부 '낙하산' 인사로 지목된 이승훈 사장이 노사갈등 등으로 지난 7월 물러나면서 현재 대행체제를 하고 있다. 현재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후보자 5명을 놓고 인사 검증 중이다. 인사 검증이 완료되면 2인을 선정하고,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상장사인 가스공사는 이사회, 주주총회 등의 절차도 밟아야하지만, 사장 선임은 내달 말께 완료될 가능성이 높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사장 공석이 4개월을 넘었는데, 과거보다 사장 선임이 늦어지고 있다"고 했다.

'자원개발 후유증'을 회복 중인 석유공사는 임추위조차 구성하지 못한 상황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정부와 임추위를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남동발전, 남부발전, 중부발전, 서부발전 등 발전 4개사 사장은 지난 9월 일제히 물러났다. 동서발전은 김용진 사장이 지난 6월 기획재정부 2차관으로 임명됨에 따라 현재 공석이다. 발전 5개사는 현재 임추위 등을 구성, 사장 인선 작업을 진행 중이다.

채용 비리로 기관장이 해임된 가스안전공사, 석탄공사, 서부발전과 성추행 의혹으로 기관장이 물러난 로봇산업진흥원 등도 사장 대행 체재를 하고 있다.

이날 기준으로 기관장 임기가 만료된 산하기관은 강원랜드, 한국전력거래소, 전기안전공사, 산업기술진흥원, 산업기술시험원 등 8곳이다.
강원랜드의 경우, 대규모 채용청탁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공기관 전체에 만연된 채용비리에 대한 사회적 공분을 불러왔다.

이밖에 내년 초에도 기관장 교체가 줄줄이 예고돼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김재홍 사장, 한국전력공사 조환익 사장, 한국원자력문화재단 김호성 이사장 등 9개사 기관장들도 올해 말과 내년 중에 임기가 만료된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