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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주택청약 '억울한' 부적격 당첨자

[차장칼럼] 주택청약 '억울한' 부적격 당첨자

"1년 동안 청약을 못할 정도로 제가 그렇게 큰 죄를 지은 겁니까? 이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끝까지 갈 생각입니다." 허술한 청약시스템이 아파트 청약 부적격 당첨자를 양산한다는 기사를 본 독자 A씨와의 통화에서 나온 얘기다.

A씨가 부적격 당첨자가 된 것은 불과 며칠 전이다. 부산의 한 아파트에 청약한 그는 수백대 1의 평균 청약경쟁률을 뚫고 당첨에 성공하자 환호성을 질렀다. 결혼을 앞둔 상황이라 기쁨은 두배로 컸지만 '부적격 당첨자'라는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듣게 됐다. 세대주가 아닌 세대원인데 1순위 청약을 했기 때문에 부적격 당첨자라는 통보였다. 뒤늦게 온라인 청약을 한 아파트투유 사이트를 확인했지만 오히려 황당함만 더해졌다. A씨는 "보험 하나를 가입하더라도 중요한 내용은 형광펜으로 표시를 해 실수를 방지하는데 아파트투유에서 청약을 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었다"면서 "더구나 1년 동안 청약이 제한된다니 말도 안 된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1년 동안 청약제한으로 그는 신혼부부 특별공급을 비롯해 내집 마련이 묶이게 된 처지다.

청약시장에서 부적격 당첨자가 문제가 된 것은 지난해 11.3 부동산대책이 발표되면서다. 이때 등장한 것이 청약조정 대상지역인데 청약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1순위 자격기준을 강화한 것이 핵심이다. 세대원과 5년 이내에 다른 주택에 당첨된 세대주와 세대원, 2주택 이상을 소유한 세대주와 세대원은 청약 1순위에서 배제했다. 이 같은 제도의 변경은 부적격 당첨자가 속출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연초에 분양한 한 아파트는 당첨자의 20% 이상이 부적격 판정을 받기도 했다.

8.2 대책에 포함된 '85㎡ 이하 민영주택 100% 가점제' 시행 후에도 부적격 당첨자가 늘고 있다. 묵혀뒀던 청약통장을 꺼낸 실수요자가 늘었고, 이들 중에 상당수가 부적격 판정을 받고 있다. 최근 정당계약을 마친 한 아파트에서는 수백명의 부적격 의심자가 나와 관계자들을 이른바 멘붕에 빠트렸다.

문제는 이처럼 늘어난 부적격 당첨자가 구조적 문제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A씨처럼 제도적 변화를 인지하지 못한 경우에도 차단장치 없이 청약이 가능하다. 실수로 클릭을 잘못했더라도 청약이 되고 부적격 당첨자가 된다.

당첨자의 적격, 부적격 여부는 업계의 몫이다. 아파트 분양 관계자들은 제도적으로 걸러져야 할 것들이 업계로 떠넘겨지고 있다고 하소연을 한다. 허술한 청약시스템의 책임을 건설사들이 지는 모양새다.


실수로 부적격이 된 당첨자에 대한 규제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어떤 이득을 얻은 것도 없고 단순 실수를 한 것뿐인 실수요자들에게 1년 동안 청약을 제한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

결국 현재 속출하고 있는 아파트 부적격 당첨자는 온라인 청약시스템, 적격 여부 확인, 징벌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으로 다시 고민해야 풀리는 문제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건설부동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