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재선거 직면한 獨 메르켈, 국내외 지지 업고 연임 해낼까?

재선거 직면한 獨 메르켈, 국내외 지지 업고 연임 해낼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0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연방의회에서 여당 간부들과 만나 이마에 손을 짚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연정 실패로 정치 인생에서 최대 위기에 몰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단독으로 소수 내각을 꾸릴 바에는 차라리 총선을 다시 치르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독일 정치 지형이 내년 봄에 재선거를 거치더라도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독일과 유럽 정치 모두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입을 모았다.

메르켈 총리는 20일(이하 현지시간) 독일 공영방송 ARD에 출연해 단독 소수내각 출범에 대해 "절대 안 된다고 말하고 싶진 않지만 매우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나마 새 총선이 좀 더 나은 길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독일 민주주의 '중도' 넘어 미래 봐야
19일 연정 협상에 참여했던 정당들은 협상 실패 이후 저마다 상대방을 공격하며 해명에 나섰다. 협상장을 박차고 나와 결렬의 주범이 된 자유민주당(FDP)의 크리스티안 린트너 대표는 "우리는 정치적 흐름이 바뀌길 원했으며 현 시점에서는 불가능했다"고 주장했다. FDP와 대립했던 녹색당의 유르겐 트리틴 전 환경부 장관은 FDP가 정치적으로 어려운 때에 주요 현안들로 부터 줄행랑을 쳤다고 공격했다.

메르켈 총리에 대한 비난도 나오고 있다. 그가 이끄는 기독민주연합(CDU) 내 보수진영인 '가치연합'은 메르켈 총리가 총선과 연정에 모두 실패했다며 차기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9월 총선에서 원내 3당으로 올라선 극우 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연정 실패를 축하하며 메르켈 총리가 떠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에 대해 중도 정부가 합의에 따라 국가를 이끌던 독일의 정치 시스템이 도전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지난 총선에서 AfD가 원내 진출에 성공한 점을 들어 독일이 불일치와 논쟁이 가득한 정치 환경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도 우파 여당으로 우파 FDP와 좌파 녹색당과 함께 손잡으려 했던 메르켈 총리는 결국 이민과 환경 문제에서 양자의 갈등을 봉합하지 못했다.

베를린 헤르티 공공정책학교의 헨릭 엔델라인 학과장은 "지금은 독일이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민주주의를 배워가는 긴 여중 중의 한 과정"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독일 정치가 "매우 안정적인 비례체계에서 보다 난잡한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고 해석했다. 엔델라인은 국민들이 보다 넓은 범위의 정책적 격돌을 열망하고 있다며 메르켈 총리의 "실용 우선주의가 한계에 달했다"고 진단했다.

■독일 안팎에서 메르켈 지지 여전
현 상황에서 총선을 다시 치를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올 지는 불분명하다. ARD가 연정 협상 결렬 이후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정당 지지율은 CDU·기독사회연합(CSU) 연합이 지난주보다 1%포인트 올라간 32%로 1위를 차지했다. 제 1야당인 사회민주당 역시 1%포인트 상승한 22%로 집계됐다. 그러나 AfD와 FDP는 각기 1%포인트 내려간 11%와 10%였고 녹색당과 좌파당은 각각 11%와 10%를 기록했다. 재선거 이후 의석 분포는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나 연정 방식과 상대를 두고 이견이 많은 만큼 속단하긴 이르다.

하지만 설문 응답자들은 메르켈 총리가 다시 총리직을 맡는 상황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봤다. 58%는 연임을 찬성했고 41%는 반대했다. 해당 비율은 전월 초 조사에서 각각 61%, 38%였다.

지지는 해외에서도 나오고 있다. 더 강력한 유럽연합(EU)을 꿈꾸며 메르켈 총리와 협력해 왔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일 성명을 내고 메르켈 정부를 지지했다. 그는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우리의 핵심 파트너가 독일과 유럽을 위해 강하고 안정적으로 남아 함께 나아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EU 재무부 및 군 사령부 창설 등을 추진하는 마크롱 대통령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독일의 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도 같은날 보도에서 순조로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을 위해서는 독일 정부가 강력한 연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에 재선거가 이뤄질 경우 브렉시트 협상에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