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fn 스포트라이트 토익이 뭐길래] "표준화된 점수만 맹신"… 토익, 대입·취업·승진 등에 필수 관문

(2) 꾸준히 오르는 응시료에도 줄지 않는 응시생
서울지역 대학 특기자 전형 지원 자격에 토익점수 요구
올해 카투사 지원자 78%가 토플.텝스 대신 토익점수 제출
응시료 4만4500원 달하나 지원 자격 점수 나올때까지 몇번이고 응시해야 하기도

[fn 스포트라이트 토익이 뭐길래] "표준화된 점수만 맹신"… 토익, 대입·취업·승진 등에 필수 관문

[fn 스포트라이트 토익이 뭐길래] "표준화된 점수만 맹신"… 토익, 대입·취업·승진 등에 필수 관문

'토익 무용론' '요령으로 치는 시험' '외화 낭비'.

수험생, 취업준비생, 승진을 준비하는 회사원들이 토익을 두고 이같이 표현한다. 그러나 이들이 토익시험장에 도착하면 이 같은 외침 대신 영어단어를 다시 한 번 읊어보기에 바쁘다. 한국 사회와 토익은 이미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접어든 탓이다.

공인영어시험 토익(TOEIC)은 오래 전부터 한국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대입, 취업, 승진 등을 위한 필수 관문으로 자리잡았다. 해를 거듭하면서 응시료는 지속적으로 올랐지만 응시생은 줄지 않고 있다.

■취준생부터 입시생, 예비군인까지 '토익'

22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토익이 처음 시행된 것은 1982년으로, 총 504명이 응시했다. 당시는 직장인이 사내 인사고과나 해외 근무자 선발에서 가산점을 받기 위해 응시하는 사람이 많았다.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토익이 중요한 시험으로 떠오르게 된 것은 1993년. 당시 대기업, 언론사 등이 '효율적인 영어능력 평가'를 내걸고 본격적으로 토익을 신입사원 선발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도입된 지 35년이 지난 현재 토익은 직장인과 취준생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우선 특기자 전형으로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중.고등학생에게도 토익은 기본이다. 서울지역 유수 대학들은 토익 960점부터 만점을 획득한 학생에게만 지원자격을 주기도 한다. 한 유명 어학원 관계자는 "대학이 일괄평가를 위해 토익점수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특기자 전형을 노리는 학생들은 방학 동안 토익부터 따놔야 한다"고 말했다.

입대를 앞둔 젊은층도 토익시험장을 찾는다. 병무청에 따르면 주한미군부대에 근무하는 카투사 지원자들이 제출하는 영어성적 대부분은 토익이다. 병무청은 현재 카투사 지원자격요건으로 토익, 토플(TOEFL), 텝스(TEPS) 등 여러 영어능력평가시험 점수를 요구하고 있다. 2015년 카투사 지원자는 1만6992명, 2016년 1만996명, 올해 1만4938명이다. 이 중 토익점수를 제출한 비율은 2015년 83%, 2016년 76.8%, 2017년은 78%에 이른다. 카투사로 전역한 황모씨(30)는 "시험장도 많고 보편화돼 있다 보니 토익 점수로 지원하게 됐다"고 전했다.

최근 취준생 사이에서 '가진 건 토익밖에 없다'는 자조 섞인 말도 나온다. 낙관적으로 생각할 경우 토익 점수만 있으면 일단 어디든 지원은 할 수 있는 사회가 돼가고 있기 때문이다.

■표준화된 점수체계 전적 신뢰, 다른 잣대 외면

토익의 사실상 독점적인 위상 때문에 응시료가 큰 폭으로 올라도 응시생은 어쩔 도리가 없다.

첫 토익시험이 시행된 1982년 토익 응시료는 23달러. 당시 한화 약 1만7250원이다. 15년이 지난 1997년 2만5300원, 2000년에는 2만6600원이었다가 2005년에는 3만4000원으로 약 27.8% 올랐다. 2001년부터 2005년까지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99%였던 점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큰 셈이다. 이후 토익 응시료는 2010년 3만9000원, 2012년 4만2000원, 지난해 4만4500원으로 꾸준히 올랐다.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감소한다'는 자본주의 경제원칙은 토익을 비켜갔다.

응시료가 가장 큰 폭으로 올랐던 2005년 총 응시자는 171만7046명으로 2000년 총 응시자(63만 8660명)보다 3배가량 증가했다. 응시료가 또 올랐던 2010년에는 최초로 200만명을 돌파한 208만4687명이 응시했다.
응시료는 지속적으로 올랐지만 응시자는 줄지 않은 것이다.

금융그룹 취업을 희망하는 취준생 현모씨(24)는 "일정한 점수가 나오지 않으면 지원할 자격도 주지 않는 회사가 있어 돈이 많이 들더라도 점수가 나올 때까지 응시해야 한다"며 "상반기에만 4차례 응시, 하반기 공채에 지원했다"고 털어놨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토익이 영어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이었지만 최근에는 개인의 '품질'을 보여주고 보장해주는 사회적인 의미로 변화해왔다"며 "한국 사회는 토익과 같은 표준화된 점수체계를 전적으로 신뢰하다 보니 영어면접이나 에세이 등 영어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잣대가 많은데도 외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포트라이트팀 박인옥 팀장 박준형 구자윤 김규태 최용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