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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부패와 성장률

공직자들의 부패는 만악의 근원이다. 대형사고의 이면에는 공직자 부패가 숨어 있다.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는 감독관청이 불법적 건축관행을 눈감아주지 않았다면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세월호도 마찬가지다. 공직자들의 부패방지 문제가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국가적 과제로 등장했다. 김영란법도 그 성과물 중 하나다.

이와는 다른 각도에서 부패 문제에 접근하는 시각도 있다. 경제발전과 부패인식지수(CPI)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는 학자들이다. CPI란 부패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인식의 정도를 수치로 나타낸 지표다. 지수가 높을수록 부패가 적은 나라다.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경제가 발전한 나라일수록 부패인식지수가 높았다. 이들은 공해를 증가시키지 않고도 경제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 방법이 부패인식지수를 높이는 것, 즉 부패 방지다.

부패는 공공투자와 관련된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을 왜곡시킨다. 왜곡된 정책결정은 민간투자의 활력도 저하시킨다. 공공투자와 민간투자의 효율성을 모두 저하시킴으로써 경제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이 된다. 부패는 직접적 뇌물비용도 문제이지만 간접적 자원배분 왜곡 비용이 훨씬 크다. 한국처럼 정부가 인허가권을 틀어쥐고 규제를 많이 하는 나라일수록 그 폐해가 심각하다. 시장기능과 자원배분의 왜곡, 경제 내의 불확실성 증대, 정부 지출구조의 왜곡, 창의적 경영활동 저해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이 부패방지 수준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정도로 끌어올리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8.36% 증가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23일 발표한 보고서의 내용이다. 국제투명성기구(TI)는 2016년 CPI 조사에서 한국을 176개국 중 52위(53점)로 평가했다. 남미 우루과이(21위)나 아프리카 르완다(50위)보다 순위가 낮았다. 세계경제포럼(WEF)도 지난해 OECD 35개 회원국 가운데 한국을 9번째로 부패한 국가로 분류했다.


문재인정부는 최근 범정부 차원의 반부패정책협의회를 발족시켰다. 2022년까지 국가청렴도 순위 20위권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부패는 한국 경제가 풀어야 할 또 하나의 난관이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