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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첩첩산중 알뜰폰, 출구전략 마련해야

[기자수첩] 첩첩산중 알뜰폰, 출구전략 마련해야

"사업을 시작하면서 한 번도 쉬운 적이 없었는데 내년은 더 힘들 것 같아 막막합니다."

최근 만난 한 알뜰폰업체 관계자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현재 알뜰폰업계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미 사업을 철수하는 업체도 생겼고, 톱5 안에 드는 상위업체도 조만간 사업을 접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그동안 알뜰폰업체들이 어렵다는 말은 늘상 있었지만 올 연말 더 심각하게 들리는 것은 현재 상황이 폭풍전야와 같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부터 보편요금제가 출시되면 올가을부터 시작된 선택약정할인율 상향에 더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알뜰폰업계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저렴한 요금으로 승부수를 걸어온 알뜰폰업체들의 경쟁력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알뜰폰업체 지원책으로 도매대가 인하 카드를 내세웠다. 그러나 알뜰폰업계는 최근 진행된 도매대가 인하협상은 실질적으로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결국 알뜰폰업체들은 또다시 정부의 추가 지원책만 바라보는 형국이 됐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정부가 지원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동안 국내 알뜰폰업체들은 차별적 부가서비스 개발이나 유통망 구축 등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 했다. 수익이 발생하면 투자할 테니 정부가 일단 도매대가 인하, 전파사용료 면제 등의 제도를 통해 지원해달라는 요구만 계속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변해야 한다.

모두가 알뜰폰의 역할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때다. 알뜰폰은 차별화와 저렴한 요금을 내세워 이통 3사가 주도하는 국내시장에 시장 원리에 의한 통신요금 인하를 이뤄내는 경쟁 주체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통신경쟁정책의 새 판을 짜야 한다. 기본적으로 시장경쟁을 주도할 수 있도록 통신망 도매대가 산정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현재 종량형에 맞춰진 도매대가 산정방식을 정액제로 설계된 데이터요금제에 맞게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

관련업체들은 이동통신 시장 경쟁자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투자에 나설지, 수익성 없는 사업을 지속할 것인지 스스로 판단해야 할 시점이 다가왔다.

정부도 최소한의 서비스 제공마저 어려운 알뜰폰업체들의 출구를 만들어주는 방안 등을 마련해 장기적 정책을 짜야 할 때다.

aber@fnnews.com 박지영 정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