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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인터넷 화면 캡쳐‘ 일시적 복제, 저작권 침해 아냐"

대법 "‘인터넷 화면 캡쳐‘ 일시적 복제, 저작권 침해 아냐"


무료로 배포되던 캡쳐 프로그램의 라이선스 정책을 ‘기업은 유료, 개인은 무료’로 변경하면서 기존 사용자들의 소속 기업에 거액의 저작권료를 요구했던 저작권사가, 166개 기업을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냈지만 최종 패소했다. 소프트웨어를 무단 사용한 기업에 계약 위반을 이유로 돈을 달라고 요구할 수는 있을지라도 저작권 침해로 볼 수는 없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지난 23일 메리츠화재와 벽산엔지니어링 등 80개 기업이 컴퓨터 화면캡처 프로그램인 '오픈캡쳐' 저작권사 I사를 상대로 낸 '저작권으로 인한 채무부존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 한 원심을 확정했다.

인터넷 화면을 캡쳐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인 오픈캡쳐는 당초 무료로 배포됐지만 2012년 버전 업데이트 과정에서 비상업용·개인용으로 쓸 때만 무료라는 단서가 포함됐다. 업무용으로 쓰려면 별도의 라이선스를 구매하도록 했다.

그러나 80개 기업 직원들이 무단으로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자 오픈캡쳐 측은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며 비용 지불을 요구했고, 기업들은 소송으로 맞섰다.

쟁점은 기업들이 업데이트 버전을 내려받은 게 저작권사의 복제권을 침해한 것인지, 기업들이 하드디스크에서 불러낸 소프트웨어를 실행할 때 컴퓨터 메모리에 일시적으로 저장되는데 이를 불법 복제로 볼 수 있는지였다.

1심은 기업들의 '일시 저장'에 대해 저작권 침해를 인정했다. 반면 2심은 "효율적인 정보 처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저작물을 컴퓨터에 일시적으로 복제하는 것을 허용한다"면서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도 항소심 판단을 유지, "복제가 피고의 허락 하에 이뤄진 것이므로 복제권 침해가 아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일시 저장’에 대해서도 "통상적 컴퓨터 프로그램의 이용 과정에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경우로서 독립한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며 "저작권 침해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대법원은 "기업들이 약관(업무용 유료)을 위반해 사용한 것에 대해 채무불이행 책임을 지는 것은 별론으로 한다"며 저작권 침해가 아닌 계약 위반을 이유로 소송을 냈을 때는 판단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번 소송을 수행한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는 “지금까지 이용자들은 불명확한 컴퓨터프로그램 저작권 법리로 인해 저작권사의 자의적인 라이선스 정책에 부당하게 끌려다닌 측면이 있다"며 "이번 소송을 계기로 저작권사의 함정식 단속 관행을 고치고 이용자의 정당한 지위를 보장함으로써 저작권의 보호와 저작물의 원활한 이용의 적절한 균형을 도모하고 나아가 소프트웨어 산업계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