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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레저] "캬~ 시원하다" 뜨끈한 그맛이 그리운 계절

나를 위한 보약같은 휴식, 온천여행
아토피.신경통 물렀거라~ 뜨거운 온천물의 '마법'
노천탕에 들어앉아 얼굴 벌게지는 당신, 도란도란 피어나는 이야기꽃… 힐링이 별건가요~
부모님에게는 효도여행, 아이들에게는 즐거운 물놀이… 이번 겨울 온천으로 떠나보자

[yes+ 레저] "캬~ 시원하다" 뜨끈한 그맛이 그리운 계절
따뜻한 온천이 그리워지는 계절이 돌아왔다. 지난 1월 새로 개장한 인천 강화군 석모도미네랄온천을 찾은 여행객들이 바닷가에 마련된 돔 노천탕에서 온천을 즐기고 있다.

겨울이 성큼 찾아왔다. 수은주가 자주 영하로 떨어진다. 코끝에 닿는 바람이 제법 차갑다. 연일 추운 날씨가 계속된다. 거리를 걷다 보면 어느새 이마가 얼얼하다. 온기가 그리운 계절이 돌아왔다. 따뜻한 방바닥에 눕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옛날에야 뜨끈한 아랫목으로 쑥 들어가면 됐지만 아파트에 사는 요즘은 그러기도 쉽지 않다. 일상에 지친 몸을 데워 땀을 쏙 빼고 쌓인 피로를 풀고 싶다. 몸으로 먹는 보약인 온천욕이 간절하다. 뜨끈한 온천이 내 몸을 녹이고 붉은 석양이 내 마음을 녹인다. 따끈한 온천수에 몸을 푹 담그면 쌓인 피로가 사르르 녹으면서 마음도 덩달아 편안해진다. 온천은 1년 내내 인기를 모으는 여행 테마 중 하나이지만 겨울철에 그 재미가 특별하다. 흔히 겨울 온천하면 일본을 떠올리지만 국내에도 실속있는 비용으로 온천여행을 즐길 수 있는 명소들이 상당히 많다. 다사다난 했던 한 해를 따뜻하게 마무리하며 보낼 수 있도록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한 따뜻한 온천 여행지로 떠나보자.

[yes+ 레저] "캬~ 시원하다" 뜨끈한 그맛이 그리운 계절
석모도미네랄온천 노천탕과 족욕탕

[yes+ 레저] "캬~ 시원하다" 뜨끈한 그맛이 그리운 계절
석모도미네랄온천 노천탕과 족욕탕


■노천탕, 노을 그리고 달달한 고구마.. 석모도미네랄온천

강화도 외포항에서 서쪽으로 약 1.5㎞ 떨어진 석모도. 지난 1월 개장한 석모도미네랄온천은 노천탕, 노을, 속노랑고구마의 삼박자를 완성할 최적의 장소다. 지하 460m 화강암층에서 용출하는 미네랄 온천수에 몸을 담그면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가 저절로 풀린다. 석모도미네랄온천이 개장하는 오전 7시.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꽤 길다. 석모대교 개통과 더불어 방문객이 늘면서 주말에는 평균 1시간은 대기해야 한다. 대기하는 동안 무료하지 않게 실외 족욕탕을 즐겨도 좋다.

석모도미네랄온천은 15개 노천탕이 특징이다. 이곳 온천수는 소독이나 정화 없이 원수를 탕으로 흘려보낸다. 460m 깊이에서 뽑아올린 원수는 51도 고온이지만, 탕에 도착한 물은 47도. 추운 겨울 해풍에 내려간 노천탕 온도는 43~45도다. 평균적으로 42도가 넘으면 뜨겁고 38도가 넘지 않으면 미지근하다고 느끼는데, 겨울바람에 탕이 따뜻한 온도로 맞춰진다. 탕에서 탕으로 이동할 때 맞는 찬바람은 입욕 순간 '아~' 하고 탄성을 지르게 만든다. 대형 온천탕은 저온으로 어린 아이들이 물놀이하기 좋다.

[yes+ 레저] "캬~ 시원하다" 뜨끈한 그맛이 그리운 계절
석모도미네랄온천 노천탕과 족욕탕


탕치(湯治)는 온천에서 목욕하며 병을 고친다는 뜻이다. 미네랄 온천수는 칼슘과 칼륨, 마그네슘, 스트론튬, 염화나트륨이 등이 풍부해 관절염과 근육통, 소화 기능, 외상 후유증, 아토피 피부염 치유에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물이 탁하고, 어쩌다 맛을 보면 바닷물처럼 짜다.

해가 산 뒤로 완전히 숨기까지 약 30분은 석모도미네랄온천의 하이라이트다. 온천욕을 충분히 즐기고 하늘의 노래를 만끽하려면 오후 3시쯤 입장하는 것이 좋다. 함박눈이 소복이 쌓인 날 이곳에서 온천욕을 즐기면, 겨울을 견딜 몸과 마음의 보약을 먹은 느낌이 들지 않을까. 석모도미네랄온천은 입장할 때 소창(성글게 짜여있는 면직물) 수건을 준다. 8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소창으로 만든 수건은 흡수성과 통기성이 탁월한 친환경 제품으로, 석모도미네랄온천과 궁합이 맞는 최고급 온천 수건이다. 온천욕 후 담수로 씻어내지 말고 수건으로 물기를 가볍게 닦으면 좋다. 온천수와 피부 보호를 위해 비누와 샴푸 등의 사용이 제한되니 참고할 것. 온천복도 사이즈별로 대여한다. 수영복이나 래시가드를 준비해도 되며, 일반 면 소재 옷은 물을 많이 머금어 온천 입장이 안 된다. 온천욕을 마치고 먹는 강화 속노랑고구마는 겨울 여행의 백미. 달콤함이 허기를 꽉 채운다.

[yes+ 레저] "캬~ 시원하다" 뜨끈한 그맛이 그리운 계절
부산 해운대 할매탕의 가족탕에서 온천을 즐기는 엄마와 아들이 정겹다.

■통증과 아토피는 물렀거라~ 해운대온천 할매탕

해운팔경에도 포함되는 구남온천이 지금의 해운대온천이다. 해운대온천에는 통일신라 진성여왕이 어린시절 천연두를 앓을 때 이곳에 머물며 목욕을 하고 나았다는 전설이 있다. 1876년 부산항 개항 후 일본인이 몰려들면서 해운대온천이 본격적으로 개발됐다. 1887년 일본인 의사 와다노 시게미즈가 온천을 발견해 욕장을 개발한 것이 시초로, 1934년 부산에서 경주를 잇는 동해남부선이 개통하면서 호황을 누렸다. 1935년 해운대온천합자회사가 투자해 온천여관을 건립했는데 대온천장과 오락장, 동물원 등이 들어선 온천 테마파크였다. 현재 해운대구청 앞 연못에 당시 온천장 흔적이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의 왕족과 조선총독 등 고위층 휴양지이자 관광지였고, 1960~70년대에는 경주와 해운대로 이어지는 신혼여행지로 인기를 끌었다. 해운대온천을 대표하는 곳은 '해운대온천센터'와 '할매탕'이다. 1935년 문을 연 할매탕은 해운대 최초의 대중목욕탕으로 2층 건물이었다. 2006년 철거 당시 발견된 상량판에는 '상량식 소화10년 4월 1일 가주 해운대온천조합'이라는 글씨가 선명하다. 철거된 자리에 '해운대온천센터'가 들어섰다.

[yes+ 레저] "캬~ 시원하다" 뜨끈한 그맛이 그리운 계절
부산 해운대 할매탕에서 온천을 즐기는 어린이


할매탕은 유독 할머니들이 많이 찾아 할매탕이라 불렸다고 한다. 팔다리 통증과 관절염, 근육통으로 고생하는 분이 많았는데, 관절염에 효과가 뛰어나 아픈 부위만 물에 담그는 진기한 풍경이 눈에 띄었다. 할매탕은 철거됐지만 그 여운이 깊었나 보다. 해운대온천센터 옆에 새로 건물을 지어 할매탕 간판을 다시 걸었다. 할매탕에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배려도 담겼다. 할매탕 온천수는 피부병에 좋아 환자들이 많이 찾았다. 당시는 피부병 환자가 원탕에서 한데 어울렸지만 지금은 입욕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가족탕을 만들어 눈치 보지 않고 온천욕을 즐기며 치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할매탕은 수질관리와 욕탕관리에 철저해 욕탕에 물때 하나 없을 정도다. "물과 탕 관리가 최고의 광고"라는 말에 새삼 고개가 끄덕여진다. 세 개 온천공을 통해 지하 900m 온천수를 직접 공급하고, 양탕장을 거치지 않아 수온이 60도에 이른다. 물은 부드럽고 물맛은 짜다. 지하의 화강암 틈으로 해수가 유입돼 섞이면서 약알칼리 고열온천이 되기 때문이다. 일정 시간 온천욕을 하고 나오면 혈액순환이 잘돼 몸에 열기가 오래 느껴진다. 온천욕을 한 뒤에는 수건으로 닦지 말고 자연 건조하는 것이 좋다.

[yes+ 레저] "캬~ 시원하다" 뜨끈한 그맛이 그리운 계절
눈덮인 강원도 속초 척산온천

■바다 도시 속초의 따끈한 겨울 명소, 척산온천

강원도 속초의 따끈한 겨울 명소는 척산온천이다. 용출수가 50도를 넘나드는 척산온천은 시린 바다 산책과 설악산 산행 뒤에 언 몸을 훈훈하게 녹여준다. 척산온천 원탕이 처음 개장한 것은 1970년대 초반이다. 온천의 나이는 쏟아지는 용출수와 함께 50년 세월을 채워가고 있다. 척산온천은 설악산 자락과 속초 시내를 잇는 노학동에 자리한다. 노학동은 예부터 '온정리' '양말'이라 불렸다. 겨울에도 땅과 웅덩이 물이 잘 얼지 않고 김이 나서, 마을 아낙네들이 빨래터로 애용했다고 한다. 1970년대 초반 온천공을 통해 온천수가 대량으로 용출되며 척산온천이 비로소 세간에 알려졌다. 당시 척산온천은 설악산 산행객이 피로를 푸는 자그마한 목욕탕에 불과했으나 온천수가 피부병과 신경통에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찾는 사람이 늘었다. 1980년대 초 척산온천장이 들어서고 1985년 원탕 자리에 척산온천휴양촌이 재개장하면서 본격적인 척산온천 시대가 열렸다.

척산온천의 자랑거리는 뜨거운 용출수다. 천연 온천수가 50도 안팎으로 '데우지 않는 물'을 표방한다. 30도 미만인 일부 온천과 달리 온천수를 가열하지 않아 원탕에 있는 성분이 고스란히 보존된다. 라돈이 포함된 강알칼리 온천수는 노폐물 제거 효과가 커서 살결이 부드러워지고, 아토피를 비롯한 피부병에 효능이 있다. 온천수에 불소 성분이 있어 입을 헹구면 양치가 되는 점도 이채롭다. 척산온천휴양촌 남성 노천탕에서는 솔숲과 설악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여성 노천탕은 정자와 목재가 어우러진 가지런한 욕탕이 인상적이다.

오붓한 시간을 원하면 가족온천실을 두드려도 좋다. 제법 큰 욕조를 갖춘 객실에서 한가로운 온천욕이 가능하며 투숙객은 대온천장 이용이 무료다. 척산온천휴양촌 별관에는 전통불한증막, 찜질방, 전망휴게소 등 부대시설이 있고, 주말에는 족욕탕도 운영한다. 척산온천휴양촌 입구에 들어서면 1970년대 척산온천의 옛 건물 사진이 향수를 자아낸다. 척산온천휴양촌에서 나와 척산교를 넘어서면 척산온천장이다. 척산온천휴양촌과 더불어 척산온천지구의 한 축을 이루는 척산온천장은 현지 주민이 즐겨 찾는 곳이다. 온천수의 효능은 두 온천이 크게 다르지 않다. 척산온천장은 노천탕이 없지만 대온천탕 창 너머로 설악산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이곳 역시 투숙객은 대온천탕 이용이 무료다.

[yes+ 레저] "캬~ 시원하다" 뜨끈한 그맛이 그리운 계절
충북 충주 수안보 한화리조트 노천탕

[yes+ 레저] "캬~ 시원하다" 뜨끈한 그맛이 그리운 계절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노천탕은 보기만 해도 푸근한 느낌을 준다. 충북 충주 수안보파크호텔 노천탕을 찾은 여행객들이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있다.

■나에게 주는 뜨거운 선물, 충주로 떠나는 온천여행

충북 충주에는 개성을 뽐내는 온천이 여럿이다. 충주를 대표하는 온천은 수안보온천이다. 수안보온천 관광특구에 들어서면 커다란 엄지손가락을 든 왕의 그림이 보인다. 수안보온천은 조선시대 왕과 사대부에게 사랑을 받았다. 의료시설이 많지 않던 때 치료를 위해 찾은 이도 적지 않다. 1885년 일본 사람들이 노천식 욕조를 설치한 뒤 수안보가 본격적으로 개발됐고 1929년에는 근대식 온천의 모습을 갖췄다. 1960~70년대에는 신혼여행지로, 1980년대에는 가족여행과 수학여행지로 인기를 끌었다. 꾸준히 사랑받는 까닭은 수질이다. 수안보온천은 자연용출 온천으로 힘과 성분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온천수는 53도로 온천장에서 물을 식힌 뒤 내놓는다. 약알칼리 온천수로 칼슘과 나트륨, 불소, 마그네슘 등 몸에 좋은 성분을 함유해 온천욕을 하면 피부가 매끈해진다. 수안보온천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지자체가 온천수를 관리하는 중앙집중 방식을 고수한다. 충주시에서 온천수를 확보해 수안보온천 관광특구에 있는 호텔과 대중탕에 공급한다. 원탕이 따로 없어 어느 온천장에 가도 같은 온천수를 이용할 수 있다. 수안보온천의 또 다른 장점은 고즈넉하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월악산을 바라보며 번잡하지 않은 거리를 어슬렁거리다 보면 복잡하고 어지러운 마음이 시나브로 정리된다.

수안보온천에서 부드러운 알칼리성 온천욕을 즐겼다면, 앙성온천에서 상큼한 탄산온천을 경험할 차례다. 탄산은 모공을 확장해 노폐물을 배출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에 들어가면 탄산방울 때문에 따끔한 기분이 든다. 탄산음료처럼 톡 쏘는 맛과 재미 덕분에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다.
앙성온천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능암온천랜드'는 가족탕이 마련돼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인기다. 수안보온천, 앙성온천과 함께 충주의 '삼색 온천'을 구성하는 문강온천은 유황온천이다. 아쉽게도 내년 봄까지 내부공사를 마무리하고 다시 문을 열 예정이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