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여의도 위협하는 관치의 그림자

"정부와 결이 맞지 않았을지 몰라도, 누구보다 업계의 숨결을 잘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던 협회장으로 기억될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최근 연임을 포기하면서 스스로를 '페르소나 논 그라타'(환영받지 못하는 인물)라고 칭한 황영기 금투협회장을 이렇게 평가했다. 애초 연임이 유력시되던 황 회장의 불출마는 최근 여의도의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금투협회장은 다른 금융 유관기관 협회장들과 달리 240여개 회원사의 자율투표로 선출되는 독립적이고 투명한 인선 과정을 거친다. 황 회장은 임기 중에 업계 숙원사업인 해외펀드 비과세 도입,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 초대형 투자은행(IB) 도입 등을 잇따라 성사시켰고 자본시장 30대 과제도 최근 발표해 그의 재출마는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졌다.

이 때문에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저격 발언이 결국 '자본시장의 검투사'를 자진사퇴로 이끈 것 아니냐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황 회장이 임원회의에서 불출마를 전격적으로 선언한 것은 당국의 압박이 작용한 것 같다. 외풍에 견고하던 금투협회장마저 이렇게 관치에 휘둘린다면 문재인정부가 강조하는 적폐와 다를 게 뭐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당국 입장에서는 자본시장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대변하며 은행연합회와 각을 세웠고, 국회를 상대로 종횡무진하던 황 회장의 행보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자본시장이 모험자본시장을 육성하고, 초대형 선진 금융기관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업계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하는 황 회장과 같은 인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코스닥 활성화와 관련, 최종구 위원장의 발언도 성급했다고 지적한다.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비중을 늘리겠다고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앞서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은 11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2020년까지 국민연금 코스닥 투자비중을 10%로 확대한다는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 때문에 시장이 출렁이는 등 혼란을 겪었다.


금융권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문재인정부의 발언이 공염불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금융당국 수장의 신중한 행보가 절실하다. 자본시장과 투자자들은 정부와 결이 맞는 인사보다는 시장의 결을 이해하고 소통하려는 인사가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창조금융, 모험자본을 육성한다는 정부의 약속이 업계에선 또 다른 '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비칠 수 있다는 사실도 유념해야 할 것이다.

김경아 증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