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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레저] 서울역에서 114분, 강릉에 점심 먹으러 갑니다

인천공항부터 강릉까지 뻥 뚫렸다, 경강선 KTX
강릉행 KTX 22일 개통… 시속 250㎞로 달려
청량리역에서 86분이면 "강릉, 강릉역입니다"… 이젠 하루 여행코스
겨울바다 옆에 끼고 달리는 열차, 참을 수 없는 낭만

[yes+ 레저] 서울역에서 114분, 강릉에 점심 먹으러 갑니다
오는 22일 개통하는 강릉행 KTX를 타면 1시간26분만에 푸른 파도가 넘실대는 강릉에 도착할 수 있다. 사진은 정동진에서 심곡항에 이르는 바닷가에 길을 낸 '정동심곡 바다부채길'.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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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을 향해 달리는 KTX-산천

【 강릉(강원)=조용철 기자】 "이 열차는 이제 곧 원강선(원주~강릉) 구간에 진입하겠습니다. 이제부터 시속 250㎞로 운행하겠습니다." 서울역을 출발한 KTX산천 열차가 중앙선(청량리~서원주) 구간을 지나 새로 만들어진 원강선 구간에 진입하자 속도를 올린다는 기관사의 장내 안내방송이 흘러 나온다. 수도권 구간에선 170㎞로 저속 운행했던 열차가 신설 노선을 타면서 급격히 속도를 올리기 시작한다. 오는 22일 개통하는 강릉행 KTX는 산지가 많은 강원도의 지역 특성상 터널 34개와 교량 53개로 이뤄졌다.

특히 대관령 터널은 길이가 21㎞에 이른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핵심 교통수단인 경강선 KTX는 동계올림픽 기간에는 우리나라의 관문인 인천국제공항에서 강릉까지 바로 연결된다. 인천국제공항에선 해외 선수들과 미디어 관계자 등을 강릉까지 논스톱으로 1시간50분에 실어 나른다. 기존 5시간 이상 걸리던 것에 비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서울역과 청량리역에서 KTX를 타고 평창동계올림픽을 관람하는 관람객들은 진부역 또는 강릉역에 내린 뒤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넉넉 잡아도 30분 이내에 원하는 경기장에 도착해 관람이 가능하다.

올림픽 기간 동안 KTX는 하루 편도 51회 운행하면서 평창올림픽 주축 교통수단이 된다. 올림픽 이후에는 편도 기준으로 주중 18회, 주말 26회를 운행한다. 강릉까지 서울역에선 114분, 청량리역에선 86분이 걸린다. 그동안 강원도는 유일하게 고속열차가 다니지 않아 열차로 강릉을 가려면 청량리역에서 무궁화호로 6시간 가까이 걸렸다. 승용차나 고속버스를 이용하더라도 3시간 가량 걸려 당일치기 여행을 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달 경강선 개통으로 그동안 고속철도 혜택에서 벗어나 있던 강원권이 수도권과 반나절 생활권으로 묶이면서 본격적인 고속철도 시대를 맞게 된다. 새벽에 KTX를 타고 강릉역에 내려 경포해변에서 회 한 접시 먹고 여유있게 올라와 서울에서 저녁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면서 강릉 관광지에 대한 관심도가 새롭게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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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의 일출 명소인 소돌아들바위공원의 기암괴석 사이로 붉은 태양이 떠오르고 있다. 기이한 형상의 이 바위는 '소원바위'라고도 불린다.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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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순두부전골


강릉 일출명소 소돌아들바위

강릉 북쪽 해안도로를 따라 올라가다가 언덕 끝자락의 주문진 하얀등대 너머에 위치한 소돌아들바위공원에는 오랜 세월 바람과 파도에 의해 절묘하게 깎이고 조각된 기암괴석들이 가득하다. 도로쪽에서 바라보면 날카롭게 각지고 거무튀튀한 바위가 마치 힘센 수소를 연상케 한다.

강원도 강릉시 주문진읍 주문리 소돌아들바위공원은 주문진해변 남쪽에서 소돌항까지 연결되는 해안을 아우른다. 아들바위와 해변의 기암괴석을 감상하기 쉽게 목재 산책로를 놓았다. 주문진해변 쪽으로 이어진 산책로는 바다를 끼고 걷는 길이라 운치도 있다. 가장 높은 지점에 놓인 바다 전망대는 남쪽으로 아들바위, 북쪽으로 주문진해변을 굽어볼 수 있다.

아들바위 입구에는 가수 배호의 노래 '파도' 가사를 새긴 노래비와 함께 기도상과 동자상 같은 조형물이 보인다. 등대와 전망데크까지 걷다보면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즐비하다. 강릉 일출 명소로도 유명한 아들바위는 1억5000만년 전 쥐라기시대에 지각 변동에 형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파도와 바람에 파이고 깎여 지금같이 신비로운 모습이 됐다. 기이한 생김새 때문에 신성시한 사람들이 바위로 찾아와 소원을 빌었다. 아이가 없어 상심한 노부부가 백일기도를 올린 뒤 아들을 얻었다고 해 아들바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코끼리처럼 생겨서 '코끼리바위', 소원을 비는 바위라고 해서 '소원바위', 소를 닮았다고 해서 '소돌바위'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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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은 정동진에서 심곡항에 이르는 2.86㎞ 구간에 탐방로를 설치해 걷기 편하다.


파도와 기암괴석 정동심곡 바다부채길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의 '정동'은 임금이 거처하는 한양에서 정방향으로 동쪽에 있다는 뜻에서 유래됐다. '심곡'은 깊은 골짜기 안에 있는 마을이란 의미다. 정동진의 '부채끝' 지형과 탐방로가 위치한 지형의 모양이 바다를 향해 부채를 펼쳐 놓은 모양과 같아서 '정동심곡바다부채길'이라는 다소 긴 이름을 얻게 됐다.

이곳은 천연기념물 제437호로 지정된 장소로 동해 탄생의 비밀을 간직한 2300만년 전 지각변동을 관찰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해안단구이기도 하다. 정동진 썬크루주차장~심곡항 사이 2.86㎞ 탐방로가 조성돼 동해바다의 푸른 물결과 웅장한 기암괴석에서 오는 비경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그 동안 해안 경비를 위해 군 경계근무 정찰로로만 이용됐던 명소로 천혜의 비경을 선사한다.

매표소에서부터 빼곡한 나무 사이를 가르며 계단을 내려가다보면 그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해안단구에 이른다. 또 절벽 아래로 완전히 내려가면 몽돌해변과 만나게 된다. 조약돌이 만들어내는 파도 소리가 정겹다. 몽돌해변 끝부터는 철재와 목재로 만들어진 데크가 이어져 걷기 좋다.

데크를 걷다보면 동쪽으로 머리를 향하고 있는 거북이 형상의 바위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마치 이제 막 알에서 깨어난 것처럼 금방이라도 바다를 향해 기어갈 것 같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투구바위를 만나게 된다. 사람들을 위협하던 호랑이를 물리쳤다는 강감찬 장군의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다.

동해의 파도와 기암괴석을 보며 걷는 바다부채길 맨끝에는 심곡리가 있다. 이름처럼 깊은 골짜기에 있는 마을인데 한국전쟁 당시에도 마을 사람들은 난리가 난 줄도 몰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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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열차'에서 동해 풍경을 감상하는 여행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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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오죽 한옥마을


동해 푸른바다 바라보며 기차여행 그것만으로 ‘힐링’

지난 2007년부터 강릉(정동진)~삼척 간 해안철도를 따라 달리는 '바다열차'는 국내 유일의 바다경관 조망 관광열차다. 동해 푸른 바다를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모든 좌석을 창을 바라볼 수 있도록 개조한 이 열차는 정동진역에서 출발해 묵호역, 동해역, 추암역, 삼척해변역을 거쳐 삼척역까지 왕복 운행된다. '열차를 타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강원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코스로 사랑받고 있다.

바다열차는 마치 기차를 타고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선물한다. 바다를 향해 난 좌석에 느긋하게 앉아 천변만화(千變萬化)하는 동해 바다의 풍광을 1시간20분 동안 감상할 수 있다. 여름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해수욕장을 지나고 이름 없는 바다의 쓸쓸함과도 마주한다. 열차는 해안선 바로 옆으로 바짝 붙어 달리다가도 어느 순간 해송이 눈앞에 펼쳐지면서 한적한 바닷가 마을과 조우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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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바다열차


바다열차는 내부 시설 자체도 꽤 이색적이다. 고급스러운 원목의 스낵바에서는 열차 내 먹거리와 지역 특산품을 즐길 수 있고, 바다의 모습이 재현된 포토존에선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인테리어 역시 화려하다.
잠수함과 역동적인 돌고래가 표현된 외관과 고급스러운 요트와 화려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꾸며진 내부 모습은 바다여행의 멋을 살리기 충분하다. 열차 내 즐길거리도 다채로운 편이다. 와인, 초콜릿, 포토서비스가 함께하는 프로포즈실은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사연을 접수받아 기념품과 함께 우편물로 발송해주는 서비스는 아날로그 감성을 되살려준다.

yccho@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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