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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訪中]中, 외신기자 취재방해 상습적? 트뤼도·오바마 訪中때도 마찰

中 매체들도 가해자 옹호..韓 기자 집단폭행 이례적, 中당국 진상파악 속도낼 듯

【 베이징=조창원 특파원 조은효 기자】 난항 끝에 성사된 한·중 정상회담의 성과가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일정 취재차 동행했던 청와대 사진기자들에 대한 폭행사태로 오점을 남기게 됐다. 베이징 공안당국이 이번 사건을 본격 수사하기로 하면서 이번 사건에 대한 수습이 기대된다. 그러나 과거 중국을 방문한 외국 정상을 수행했던 외신기자들도 중국 공안과 여러 차례 마찰이 있었다는 점에서 수사 결과를 낙관할 순 없다. 예전에도 유사사건이 발생할 경우 중국 측은 자국이 제시하는 원칙에 입각에 '중국에 오면 중국법을 따르라'는 입장을 견지한 반면 서방 언론 측은 과도한 취재방해라는 목소리를 내며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실제로 이번 청와대 사진기자들에 대한 중국측 경호원들의 과도한 폭행사건에 대해 중국 매체들의 보도는 전무한 상황이다. 중국당국의 대표적 관변 매체인 환구시보만 15일 이번 폭행사건에 대해 한국 기자들의 취재 문제를 지적하며 가해자를 옹호하는 목소리를 냈다. 환구시보는 전날 발생한 중국 경호원들의 한국 사진기자들에 대한 무차별적 집단폭행 사건의 경위를 세세히 설명하면서 해당 기자들이 취재규정을 어긴 탓에 사건이 발생했다는 식으로 분위기를 몰아갔다. 환구시보는 또한 당시 현장에 있던 기자가 목격한 상황을 소개하며 "문 대통령 주변에는 한국 측 경호원들이 경호를 맡았고, 외곽에는 중국 경호원들이 상황을 통제했다"면서 "이들이 중국 공안이라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 경호원들이 외국 정상을 수행하러 온 외신기자들과 충돌 사태를 겪은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이번 한국 기자들에 대한 폭행사건에 앞서 이달 초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지난해 9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방중 당시에도 문제가 불거졌다고 보도했다.

트뤼도 총리가 지난 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와 함께 회담장인 인민대회당으로 들어갈 당시 중국 경호원들은 손을 들어 캐나다 기자들이 사진을 찍지 못하게 저지했다. 보안요원들은 또 사진기자와 트뤼도 총리 사이에 끼어들어 촬영을 방해했으며 트뤼도 총리의 전속 촬영기사인 애덤 스코티마저 회담장 진입을 막아 캐나다 언론들은 제대로 된 현장사진을 찍는 데 실패했다.

지난해 9월 항저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을 방문한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사례도 유사하다. 당시 미국 수행기자단은 대통령이 전용기에서 나오는 장면을 촬영하려 트랩 아래쪽에서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한 중국 관리가 "그곳에서 나가라"고 소리쳤다. 백악관 직원이 나서 "우리 대통령이고, 우리 비행기"라며 오바마 대통령 취재에 관한 규칙을 알아서 정하겠다고 항의하자 이 관리는 "여기는 우리나라이고 우리 공항"이라고 맞받으면서 공항 환영행사 취재는 금지한다고 말해 양측 간 언쟁이 벌어졌다.

이후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회담장에 미리 도착한 백악관 의전팀과 비밀경호국(SS) 직원들도 몇 명의 미국인을 들여보내느냐를 놓고 보안검색대에서 발이 묶이며 '주먹다짐' 직전까지 가는 고성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캐나다와 미국 기자들의 경우 실랑이 수준의 마찰이어서 큰 문제로 비화되지 않았지만 이번 한국 기자 폭행사태는 물리적 폭력을 집단적으로 구사한 이례적 사건이다. 이에 중국 정부의 해외 언론관이 도마에 올라 중국 당국도 국가이미지 추락을 우려해 진상 파악에 적극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이와 관련, 전날 사태에 대해 중국 측은 "이번 사안에 대해 중국 외교부로서는 관련 부서에 긴급히 진상조사를 요청하고, 관련 조사를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외교부 관계자가 전했다.

jjack3@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