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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訪中]문 대통령 ‘역지사지·운명공동체’로 북핵·사드 해법 모색

입장바꿔 생각하자..베이징대 연설 中 고사 인용, 시주석에 ‘通’ 붓글씨 선물 양국 정부·국민 소통 역설
같은 배 탄 사이..한·중은 번영·쇠락 같이해 근대사 고난 등 공감대 강조, 北문제 해결에 동참 촉구

[문 대통령 訪中]문 대통령 ‘역지사지·운명공동체’로 북핵·사드 해법 모색
리커창 中총리 안내받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면담에 앞서 리커창 중국 총리와 악수한 뒤 안내받고 있다. 연합뉴스


【 베이징(중국)=조은효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중국 국빈방문을 관통하는 첫 번째 단어는 '역지사지'다.

이번 회담의 최대 아킬레스건이었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을 풀 키워드로 문 대통령은 '입장 바꿔 생각한다'는 뜻의 역지사지를 뽑아 들었다.

문 대통령은 방중 셋째 날인 15일 베이징대 연설에서 중국 송나라 문필가이자 정치인이었던 왕안석의 시 '인생락재 상지심(人生樂在相知心·서로를 알아주는 것이 인생의 즐거움이다)'을 인용, "중국과 한국의 관계가 '역지사지'하며 서로를 알아주는 관계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위협이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사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해, 또 사드로 인해 중국이 갖는 우려에 대해 서로의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을 한·중이 공유하고 있는 단어 역지사지로 설명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런 맥락에서 전날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고 신영복 선생이 붓글씨로 쓴 '通(통할 통)'을 액자에 담아 선물했다.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는 말의 '통'자"라며 "양 정상 간, 양 국가 간, 양 국민 간에도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 관계개선을 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처럼, 나라 사이의 관계에서도 어려움은 항상 있을 수 있다. 두 나라가 모든 분야에서 마음을 열고 서로의 생각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진정성 있는 '전략적 소통'이 가능할 것이다." 베이징대 연설 내용이다.

역지사지 위에 올린 두번째 키워드는 '운명공동체'다.

이 단어는 지금까지 방중 사흘간 공식연설과 입장 발표에서 세 차례나 언급됐다. 문 대통령은 베이징대 연설에서도 한국과 중국이 오랜 역사를 함께한 "운명공동체의 관계"임을 강조했다. 또 "두 나라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평화와 번영의 운명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야말로 양국 국민 공통의 염원이며 역사의 큰 흐름"이라고 말했다.

운명공동체의 의미는 방중 사흘간 '역사문화공동체'에서 출발, '경제공동체'에서 '외교안보' 분야로 확장 발전했다.

첫 언급은 방중 첫날 한.중 비즈니스포럼 연설에서다. 문 대통령은 한.중 관계를 한마디로 한배를 탔다는 의미의 '동주공제(同舟共濟.함께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로 표현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번영할 때 한국도 함께 번영했고, 중국이 쇠퇴할 때 한국도 함께 쇠퇴했다"고 설명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운명공동체는 한.중 경제협력에 국한된 용어로 인식됐다.

운명공동체는 방중 이튿날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운명적 동반자'라는 말로 사용됐다. 문 대통령은 베이징에서의 마지막 연설인 이날 연설에서 "중국과 한국은 근대사의 고난을 함께 겪고 극복한 동지"라며 과거사를 고리로 현재의 갈등, 사드 문제를 해결해 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베이징에서 공식 연설로는 마지막인 베이징대 연설에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역할론을 강조하는 대목에서 "북한 핵 문제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과 이웃하고 있는 중국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언급하며 "두 사람이 마음을 함께하면 그 날카로움은 쇠를 절단할 수 있다(二人同心 其利斷金.이인동심 기리단금, 역경 中)"고 강조했다.

운명공동체의 의미를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한.중 공조체제 구축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한 가지 주목되는 발언을 했다. "중국이 법과 덕을 앞세우고 널리 포용하는 것은 중국을 대국답게 하는 기초"라며 "주변국들로 하여금 중국을 신뢰하게 하고 함께하고자 할 것"이라고 뼈 있는 말을 던진 것이다. 대국으로서 중국의 지위를 인정하면서 대국의 포용·책임도 요구한 것이다. "중국은 단지 중국이 아니라, 주변국들과 어울려 있을 때 그 존재가 빛나는 국가다. 높은 산봉우리가 주변의 많은 산봉우리와 어울리면서 더 높아지는 것과 같다"고 말해 운명공동체는 한국만의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회담에 대해 청와대 외교라인의 고위 관계자는 점수로 몇 점을 주겠느냐는 질문에 "120점"이라고 답했다.
또 다른 경제라인의 고위 관계자는 98점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기대 이상의 회담이었다"면서 경제분야와 관련, "앞으로 두고보면 회담의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잘된 회담이란 게 청와대 내부 분위기다.

ehcho@fnnews.com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