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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민간은행에 노동이사제 강요하지 마라

금융위 자문기구서 권고.. 관치에 노치까지 하려나

금융권에 노동이사제 도입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20일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권고했다. 또한 민간은행 등 금융사기업에 대해서도 이와 유사한 근로자추천이사제 도입을 검토할 것을 권고했다. 공기업에 대한 노동이사제 도입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정부가 이를 금융공기업뿐만 아니라 민간은행에까지 확산시키려는 게 아닌가 보여 심히 우려스럽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 멤버로 경영에 참여하는 제도다. 근로자추천이사제는 노조가 추천하는 외부 인사가 사외이사로 경영에 참여한다. 노동자가 이사회에 직접 참여하지 않지만 제3자를 통한 노조의 경영참여라는 점에서 노동이사제와 다름 없다. 금융혁신위는 근로자추천이사제를 권고하는 이유로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와 낙하산 인사 방지 등을 들었다. 노동자의 경영참여가 보장되면 은행 내부에 대한 견제가 이뤄져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해지고, 금융당국의 낙하산 인사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부작용이 훨씬 클 것이다. 노동이사제는 독일 등 유럽 국가에서 발전한 제도다. 이들 나라에서는 노사문제를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는 협력적 노사관계가 정착돼 있다. 반면 우리는 타협보다는 파업 등 실력 행사로 문제를 해결하는 적대적 노사문화가 팽배하다. 아무리 선진 제도라도 문화적 토양이 맞지 않으면 뿌리 내리기 어렵다. 지금도 현대차는 노조의 반대로 생산라인 증설.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동이사제까지 도입된다면 민간기업의 경영체제가 크게 흔들릴 것이다.

금융공기업에 대한 노동이사제 도입은 그래도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제대로 정착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있지만 정부가 대주주이기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민간은행에까지 도입하겠다는 것은 관치의 발상이 아닌가.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이 제도가 은행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면 정부가 말하지 않아도 은행들이 스스로 결정할 것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이 문제에 유보적 입장을 보여 다행스럽다.
그는 21일 기자간담회에서 "노사문제 전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협력적 노사관계의 부재를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으로 정치권 등의 압력이 있더라도 흔들림 없이 이 관점을 유지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