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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인천공항公 정규직화, 후유증 따져봤나

코드 맞춘 정책 서둘러 시행.. 민간기업에 강제해선 안 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비정규직 가운데 3000명을 직접고용키로 했다. 나머지 비정규직 7000여명은 별도로 설립할 자회사를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하지만 정규직 노조는 지도부를 불신임했고, 지도부는 사퇴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놓고 노노 갈등이 불거진 모양새다.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은 첫 현장 방문지로 인천공항공사를 찾았다. 그때 정일영 사장은 비정규직 1만명을 연내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가 내건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부응한 셈이다. 그러자 비정규직을 고용한 협력업체들이 불만을 쏟아냈고, 정규직 노조도 채용의 형평성을 내세워 반발했다. 그럼에도 공사 측은 연내 정규직 전환 약속을 밀어붙였다. 그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인천공항공사의 경영난이 우려된다. 아무리 정부가 밀어주는 공사라지만, 1만명 가까운 정규직을 한꺼번에 채용하면 인건비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 공기업은 종종 정권이 추진하는 국정과제의 희생양이 된다. 토지주택공사(LH)는 임대주택 사업에 돈을 대느라 허리가 휘었고, 수자원공사는 4대강 자금줄 노릇을 했다. 문재인정부는 공공기관에 인건비 부담을 떠넘기려 한다. 이제 인천공항공사가 물꼬를 텄으니 다른 공기업들도 이 모델을 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일자리의 질을 중시하다 보면 양이 줄 수도 있다. 정규직은 정년을 보장받는다. 정규직이 되는 순간 자연스럽게 기득권층이 된다. 당분간 인천공항공사에서도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힘들 것이다. 더구나 공기업은 많은 청년들이 선망하는 곳이다. 이는 마치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를 줄이는 부작용을 가져온 것과 비슷하다. 일자리의 질을 높이면서 동시에 양도 늘리는 만병통치약은 없다.

정부가 사실상 고용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한 것은 두고두고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 정부는 비정규직보호법(기간제법)을 만들어 2년 이상 고용할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했다. 그러자 시장에선 1년11개월 만에 해고하는 편법이 나왔다. 편법을 두둔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시장의 현실이 그렇다는 얘기다. 인위적인 대규모 정규직 전환은 다른 곳에서 풍선효과로 나타날 공산이 크다.

공기업은 정부가 주인이다. 정부가 공사에 정규직 전환을 강제하는 것을 막을 도리는 없다. 하지만 민간기업에까지 강제해선 안 된다.
한국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이 증가한 큰 이유 중 하나는 정규직 노조가 '철밥통'을 꿰차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유연성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지 않는 한 비정규직은 쉽게 줄지 않는다. 민간기업에 인위적으로 정규직 전환을 강제하면 또 다른 편법이 난무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