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전기안전법 이대로 강행할 셈인가

무더기 범법자 만드는 법안.. 본회의 못해 소상공인 피해

내년부터 시행되는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 시행을 앞두고 소상공인들의 볼멘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안법이 시행되면 셔츠, 양말, 액세서리까지 국가통합인증(KC) 마크를 받아야 한다. 의류와 액세서리 등 39종의 생활용품이 KC마크 도입 대상이다. 인증 없는 물건을 팔면 3년 이하 징역이나 벌금,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싼값에 여러 가지 물건을 파는 소상공인에겐 비용이 부담이다. 지금이라도 전안법을 포함한 민생법안 처리가 급하다.

전안법은 올 초에도 유예된 법이다. 박근혜정부 때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터지면서 만들어졌다. 2016년 초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비현실적이라는 비난을 받아 정부가 유예 결정을 내렸다. 소상공인들은 개정을 요구했지만 변한 게 없다. 정부는 올 초에도 시행을 나흘 앞두고 1년 유예했다. 법 적용범위가 지나치다는 걸 정부도 인정한 셈이다.

전안법을 이대로 시행하면 소상공인을 무더기 범법자로 만들 소지가 크다. 양말 등 값싼 의류까지 모두 인증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인증비용이 부담이다. 자체 검사장비를 갖춘 대기업과 달리 영세 소상공인은 외부기관에 품질검사를 맡겨야 한다. 소상공인들은 품목당 인증비용이 최소 10만원은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여러가지 원단을 이어 만든 제품은 인증비용이 100만원을 넘을 수도 있다.

인증을 모두 받더라도 문제다. 소상공인이 인증비 부담을 가격에 전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인증비용을 고스란히 소비자가 내는 셈이다. 역차별 규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국내 수입업자와 온라인 쇼핑몰 업자는 KC 관련정보를 게시해야 한다. 반면 해외 쇼핑몰과 의류업체는 게시 의무가 없다. 전문가들은 KC 적용 기준과 대상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정안이 이미 계류 중이다. 개정안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서명도 20만명을 넘겼다. 하지만 22일로 예정됐던 본회의는 무산된 후 지금도 열리지 않고 있다. 민생법안이 정쟁에 볼모로 잡힌 모양새다. 27일 국회로 찾아간 소상공인들은 "정쟁은 벌이더라도 최소한 밥은 굶기지 말라"고 항변했다.
올해 국회가 처리해야 할 민생법안이 32개다. 때를 놓치면 피해는 국민 몫이다. 민생법안을 우선 처리하고 여야 간 이견은 따로 논의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