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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익의 재팬톡!] 일본 프리랜서 1100만 시대

【 도쿄=전선익 특파원】 특정 회사에 속하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무기로 자유롭게 일하는 프리랜서 및 겸업 인구가 일본에서 1100만명을 넘었다. 클라우드소싱 업체인 란사스에 따르면 부업을 포함한 일본 프리랜서 인구는 지난해 기준 1122만명에 달했다. 부업을 제외한 프리랜서도 700만명에 육박한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해 10월 구직자 대비 구인자 비율(유효구인배율)이 1.55배로 43년 만의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구직자 1명당 일자리가 적어도 1.5개 이상 있으니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자유로운 프리랜서를 선택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의 '일하는 방식 개혁'도 프리랜서 시장의 성장을 돕고 있다. 일자리가 넘쳐나니 구직자들이 프리랜서로 겸업을 하는 것이 생산성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16년 경제산업성을 중심으로 '고용관계에 의하지 않고 일하는 방법 연구회'를 출범, 프리랜서가 안고 있는 과제를 파악했다.

일본 후생노동성도 노동법이 적용되지 않는 프리랜서 근무 형태에 대한 제도 정비를 검토 중이다. 경제산업성 이토 요시노리 참사관은 "프리랜서 활용은 중요한 과제로, 프리랜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유동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프리랜서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수익의 불안정성과 사회보장 등에 대한 불안도 매우 높다. 일본 중소기업청이 '프리랜서가 가진 고민'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거의 모든 프리랜서가 소득 불안정성을 고민하고 있다. 또 의료보험이나 연금 같은 사회보장 전망에 대한 걱정도 많다. 이런 고민을 해결해 주기 위해 지난 1월 발족한 '일반 사단법인 전문가 및 커리어 프리랜서협회'가 발족됐다. 협회는 회원 연회비 1만엔(약 9만5000원)에 복리후생 서비스와 배상책임보험을 들어준다. 복리후생은 일본의 대기업 이웨루가 제공한다.

프리랜서를 위한 보험상품도 나왔다. 손해보험 재팬 니혼 고아는 30세 이상 프리랜서에게 월 1500엔(약 1만5000원) 수준의 보험료로 질병이나 부상으로 일할 수 없게 됐을 때 월 20만엔을 보상해 주는 상품을 출시했다. 프리랜서 시장이 커지자 이를 위한 기업 상품과 협회가 등장하고, 시장은 다시 더욱 커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아직 성숙되지 못한 프리랜서 시장을 가지고 있다.
제도적으로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 하지만 구직난이 장기화되면서 프리랜서 시장 역시 커지는 추세인 걸 감안하면 이대로 손놓고 있을 수만 없는 게 현실이다. 더욱이 한국 프리랜서들은 일본과 달리 일할 곳을 찾지 못한 절박한 처지의 이들이 대부분이라는 사실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sijeon@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