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익의 재팬톡!]

10대 창업가들, 일본의 미래를 만들다

-세계는 지금 진화 중.③
-日 18세 이하 사업가 ‘21세기 소년’들
-스마트폰에 친숙하고 넘치는 정보에 익숙한 세대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 최대 장점
-10대의 미래는 하나가 아니다

원파이낸셜 야마우치 타쿠로 최고경영자가 닛케이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닛케이신문 유투브 채널 캡쳐
【도쿄=전선익 특파원】일본 도쿄 미나토구의 번화가 롯폰기(六本木). 밤이 되면 바(Bar)와 노래방의 화려한 네온사인이 거리를 수놓는 이 도시 한 곳에 야마우치 타쿠로(만16세)의 사무실이 있습니다. 거리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앳된 고등학교 2학년생인 그는 사실 1억엔(한화 약 9억4500만원)의 투자를 이끌어 낸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 '원파이낸셜(ワンファイナンシャル)'의 최고경영자(CEO)입니다.

만15세였던 지난해 5월 그는 신용카드 결제 어플리케이션(앱)을 다루는 지금의 회사를 창업했습니다. 이후 학교를 마치면 바로 롯폰기에 출근해 시스템 개발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그는 닛케이신문과 인터뷰에서 소년의 미소를 지으며 “우리가 대기업에 지지 않는 것은 열정뿐입니다”고 당차게 얘기합니다. 그의 회사에는 30대 직원 2명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시스템 개발자 1명을 추가 고용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의 회사는 카드 결제 서비스 ‘원페이(OnePay)’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소비자의 신용카드를 판매자가 스마트폰 카메라로 스캔하기만 하면 결제가 이뤄지는 서비스입니다. 그의 목표는 “카드 되나요”라는 말과 함께 바로 결제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랍니다. 일본에서는 통상 신용카드로 계산할 경우, 핀번호를 넣거나 영수증에 서명을 합니다. 한국에서보다 결제에 소요되는 시간도 조금 더 걸리고 번거롭기도 합니다.

원파이낸셜 홈페이지에서 원페이가 소개되고 있다. /사진=원파이낸셜 홈페이지 캡쳐
지난해 8월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원페이는 월간 결제금액이 이미 수천만엔에 달할 정도라고 합니다. 닛케이신문은 원파이낸셜의 서비스 시작 다음날 벤처캐피탈(VC) 인큐베이팅펀드(도쿄 미나토구)와 D4V(도쿄 미나토구)가 1억엔을 투자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인큐베이팅펀드사의 혼마 마사히코 대표 파트너는 “현금없는 사회가 진행되는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에 매력을 느꼈다”며 “벤처에 투자하는데 나이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아직 신용카드도 없다는 야무우치군에게 왜 핀테크를 선택했는지를 묻자 “결제 데이터가 재미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는 초등학생이었던 2012년 ‘중고생 국제 RUBY프로그래밍 콘테스트’ 15세 이하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했습니다. 6살 때부터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던 그는 아버지 노트북으로 워드나 엑셀 같은 프로그램을 장난감 삼아 놀았다고 합니다.

그는 닛케이신문을 통해 “내가 태어난 2001년은 스마트폰이 없었다”며 “태어났을 때부터 스마트폰을 접하는 아이들과는 이미 대단한 세대 간 격차가 있다”고 진지하게 말했습니다.

1월1일 설날에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 회사에 출근하는 게 당연하다는 그.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즐거워 보이기도 해서 복잡한 감정이 생깁니다.

크리에티브 판타지 프로덕션 무토 아츠시 대표 /사진=무토 아츠시 유튜브 채널
2015년 5월 29일. 무토 아츠시(만17세)는 15번째 생일날 최고경영자(CEO)가 됐습니다. 영상 제작회사 ‘크리에티브판타지 프로덕션(クリエイティブファンタジープロダクションズ)’을 창업한 것입니다. 그의 회사는 동영상 및 로고 제작 앱 개발 등을 하는 하청업체입니다. 네이버 밴드의 뮤직 비디오 제작도 다루는 그의 회사는 응용 프로그램 개발이라면 1건당 50만~100만엔을 받고 있습니다.

그가 디자인 제작을 처음 접한 것은 만8살 때. 처음에는 손으로 그림을 그려왔지만 집의 PC에 들어있던 디자인 관련 소프트웨어를 처음 접하고 이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고 합니다. 그의 첫 번째 일은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동네의 한 가게 교환권을 5000엔에 제작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자 학교를 가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집에서 디자인 제작을 하거나 동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올리는 것이 더 재미있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부모도 자신들의 가치관을 전혀 강요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닛케이신문은 처음에는 프리랜서로 일을 하던 그가 작품에 가치를 부여하고자 창업을 결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창업을 한 후 다시 학교를 다니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는 닛케이신문과 인터뷰에서 “순서는 반대지만 공부가 경력에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복학을 결심한 이유를 말했습니다.

2016년부터 영국 고등학교에 다니는 그는 포토그래피와 수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그는 “지금 동급생은 정보기술(IT) 지식이 높아 대화가 통해서 좋다”며 “초등학교때는 대화가 맞는 친구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부산 고교 졸업식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12일 부산 동구 부산고등학교 강당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이 교가를 부르고 있다. 부산에서는 이날 140개 고등학교에서 졸업식이 열렸다. 2016.2.12 ccho@yna.co.kr(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사진=연합 지면화상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도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도 10대에 사업을 일으켰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의 기업가 교육도 10대가 중심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12월 26일 도쿄 긴자에서는 고등학생 창업 체험행사가 열렸습니다. 12명의 고교생이 4팀으로 나뉘어 2일간에 걸쳐 사업 아이디어를 겨루고 거리에 나와 소비자의 의견을 듣는 등 창업에 관련된 교육을 받았습니다.

일본 정부도 10대 창업가들을 반기고 있습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2016년도부터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업 체험 기획을 시작했습니다. 기업의 경험담을 듣고 창업을 고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한국은 취업난에 빠져있습니다.
취업난의 이면에는 대기업과 공무원만을 무조건 지향하는 풍토가 깃들어져 있어 안타깝기만 합니다. 한번 실패하면 다시 일어설 수 없는 사회 구조를 만들어준 어른들의 잘못이기도 합니다. 10대의 미래는 정해져 있는 하나의 길 뿐이 아니라는 것을 부모와 학교, 정부가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는 사회가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sijeon@fnnews.com 전선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