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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이낙연의 책임총리 역할을 기대한다

새해 업무보고 직접 받아.. 국정운영 목소리 높여야

이낙연 국무총리가 올해 정부 부처별 새해 업무보고를 받는다. 국무조정실은 4일 이 총리가 오는 18~30일 사이에 정부 업무보고를 받는다고 밝혔다. 업무보고는 주제별로 몇 개의 부처를 묶어 총 8차례 이뤄진다. 보고는 가급적 줄이고, 부처 간 장벽 없이 토론 위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31일 청와대에서 이 총리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헌법상 총리의 권한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그에 앞서 책임총리제를 시행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이 총리의 새해 업무보고 주재에는 문 대통령의 이런 의지가 엿보인다. 헌법상 보장된 국무총리의 권한은 크게 행정각부 통할권과 국무위원 제청권이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책임총리제를 언급한 대통령은 많았지만 총리에게 이 같은 헌법상의 권한을 실질적으로 보장한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외교와 국정의 큰 틀을 맡고 일상적인 민생과 내치는 이 총리에게 맡기는 식으로 국정을 분담해오고 있다. 이 총리는 매주 한 번씩 문 대통령과 정례 회동을 갖고 국정의 주요 현안을 논의한다. 그 결과 이 총리에게 힘이 실리면서 부처 장악력이 높아지고 있다. 포항지진 때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을 현장에 급파하고, 개별부처 장관들의 업무 숙지도를 챙기는 등 긴장감 있는 근무 분위기 유지도 이 총리의 몫이다.

이 총리는 과거 써주는 대로 읽기만 했던 '대독 총리'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모습이다.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힌 김정은 신년사에 대해 "북한이 또 다른 대접을 요구해올 가능성이 있다"며 청와대와 결이 다른 말을 했다. 지난 2일 정부 시무식에서는 대담한 규제혁파를 주문했다. "신산업은 융복합으로 가는데 부처 소관만 따지고 있으면 신산업이 자랄 수 없다"면서 "부처 간 장벽은 혁신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대통령이나 대통령 권한대행이 아닌 국무총리가 새해 업무보고를 받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책임총리제를 구현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는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박근혜정부 시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대통령 1인에 대한 권력집중이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따라서 우리는 문 대통령이 앞으로도 책임총리제 구현 의지를 살려 나가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이 총리는 책임총리로서 국정을 더욱 소신 있게 이끌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