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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국민연금 운용본부장, 안 뽑나 못 뽑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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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여파로 모두 손사래.. 자율·독립성 보장이 먼저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자리가 여섯달째 비어 있다. 지난해 7월 강면욱 본부장이 자진사퇴한 뒤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국민연금은 618조원을 굴리는 세계 3위의 공적연금이다. 우리 국민 2200만명의 노후를 책임진다. 기금운용본부장은 최고투자책임자(CIO)다. 본부장 역량에 따라 연금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다. 이렇게 중요한 자리가 장기 공석이다. 곧 뽑힌다는 소식도 없다. 이를 두고 오히려 외국에서 고개를 갸웃거린다. 창피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된 이유는 뻔하다. CIO 후보감들이 하나같이 손사래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럴 만도 하다. 박근혜정부에서 본부장을 지낸 홍완선씨는 감옥에 갇혔다. 지난해 11월 항소심은 홍 전 본부장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홍씨 후임인 강 전 본부장은 임기가 다 차기도 전에 제발로 물러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건에 얽혀 수난의 연속이다. 이런 자리에 누가 선뜻 가겠는가.

문재인정부는 기금운용본부의 자율과 독립성을 보장할까. 천만의 말씀이다.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은 더불어민주당 의원 출신이다. 지난해 11월 김 이사장이 이끄는 국민연금의 정치색이 잘 드러났다. 당시 KB금융지주 임시주총에서 국민연금은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 선임에 찬성표를 던졌다. 찬성률은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주총장 여론과 엉뚱한 쪽으로 표를 던진 셈이다.

이른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또 다른 걸림돌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투자가들이 의결권을 행사할 때 참고하는 지침을 뜻한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시장을 쥐락펴락하는 큰손이다. 이름을 대면 알 만한 국내 기업들은 죄다 국민연금이 대주주다. KB금융 사례에서 보듯 정부는 운용본부를 앞세워 의결권 행사를 뒤에서 조종할 공산이 크다. 이때 모든 책임은 운용본부장이 질 수밖에 없다.

유능한 본부장을 뽑으려면 운용본부의 자율과 독립성 보장이 먼저다. 당장 법 개정이 어렵다면 대통령이 공개 선언이라도 해야 한다. 임기도 손질이 필요하다. 외국처럼 5년, 10년으로 늘리거나 아예 없애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지금은 임기 2년에 추가로 1년 연임하는 식이다. 장기적으론 운용본부를 공단에서 분리하는 것도 검토할 때가 됐다. 기금운용본부의 위상을 높이지 않는 한 유능한 본부장 영입은 나무에서 물고기를 찾는 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