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자신감 붙은 ECB, 통화 고삐 죈다

지난달 회의 의사록 공개.. 위원 상당수 QE 지속 우려
인플레보다 경제성장에 무게.. 25일 출구전략 시사 가능성
시장 민감반응.. 유로화 급등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 종식, 즉 출구전략이 예상보다 빨리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11일(이하 현지시간) 공개된 지난달 14일 정책이사회 의사록에 따르면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당시 발언과 달리 상당수 위원들이 과도한 QE 지속에 우려를 나타냈다.

ECB는 당시 회의에서 더딘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보다는 강한 경제성장에 무게 중심을 둔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이르면 오는 25일 회의에서 출구전략을 시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로는 가치가 뛰었고,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국채 수익률도 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ECB는 이날 공개한 의사록에서 조기 출구전략 모색 가능성을 시사했다.

10여년만에 최고를 기록한 유로존 경제성장률, 약 20년만에 가장 높은 소비심리, 9년만의 최저수준에 근접한 실업률, 산업생산 호조 등 경제 전반이 탄탄한 토대를 다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난달 회의 뒤 드라기 총재는 출구전략을 시사할 것이라던 시장 예상과 달리 QE 지속에 방점을 찍으면서 상황이 나빠지면 QE를 확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막상 통화정책 회의에서는 경제상황 개선 흐름 속에서 QE가 과도한 부양책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던 것이다.

옌스 바이트만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 클라스 크노트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 등이 공개적으로 QE 지속에 불만을 나타냈고, 의사록에서는 집행이사들도 같은 우려를 드러낸 것으로 나타났다.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정책이사회는 드라기 총재를 포함한 집행이사 6명과 19개 유로존 중앙은행 총재로 구성된다.

의사록은 경제성장세가 지속된다는 가정 하에 QE 추가 축소라는 정책기조 변경이 '내년(2018년) 초'에 나올 수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달 조만간 정책 기조 변경은 없을 것임을 암시했던 드라기 총재 발언과 다른 의사록이 공개되면서 시장은 충격을 받았다.

유로는 달러에 대해 0.8% 가치가 뛰어 유로당 1.2042달러로 올랐고, 유로존 국채 수익률도 올랐다.

ECB의 채권매입이 줄어들면 채권 수요가 줄어든다. 가격 하락을 예상한 투자자들이 채권을 내다 팔면서 국채 가격이 하락했고,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수익률은 뛰었다.

유로존 채권 기준물인 독일국채(분트) 10년물 수익률은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0.5%를 넘어섰다.

런던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제니퍼 매키원 이코노미스트는 애널리스트들도 기류 변화를 예상은 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빨리" 변화가 찾아왔다고 말했다.

매키원은 ECB의 다음 행보는 아마도 이르면 25일 정책회의에서 '경제가 악화하면 채권매입을 확대한다'는 다짐을 폐기하는 것이 될 것이라면서 그 뒤에는 조만간 QE가 9월 훨씬 이후까지 지속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사록은 또 인플레이션이 ECB 목표치인 '2%에 근접'한 수준이 되지 않아도 출구전략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위원들은 실업률이 계속 하락하면서 물가상승 압력 역시 오를 것으로 점점 확신하고 있다고 의사록은 전했다.


프랑크푸르트 ING의 카스텐 버젠스키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점점 더 성장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ECB는 인플레이션을 성장에 따른 부산물로 간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ECB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감세가 유로존 경제 성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의사록은 트럼프의 감세가 "경제성장에 예상보다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그 영향은 12월 내부 경제전망에 부분적으로만 감안이 됐다"고 밝혔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