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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마이웨이 고집하는 부동산 정책

재건축 과세폭탄 경고.. 시장과 먼저 소통하길

정부가 앞으로 재건축 아파트에 수억원대 세금이 매겨질 수 있다고 21일 경고했다. 국토교통부가 서울 강남 15곳, 다른 지역 5곳 등 모두 20곳을 대상으로 재건축 초과이익 세금이 얼마나 나올지 프로그램을 돌려본 결과다. 특히 강남이 높았다. 평균 4억3900만원이고, 최대 8억4000만원을 내야 한다. 아무리 강남에 부자가 많아도 버거운 액수다. 근거 법률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이다. 정부는 올해 이 법을 부활시켰다. 참여정부가 만든 법을 보수정부가 작년까지 유예시켰으나 문재인정부가 다시 살렸다.

국토부 계산이 맞다면 앞으로 재건축 시장은 싸늘하게 식을 것 같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시장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당장 위헌 소송이 걸려 있다. 정부는 지금껏 아파트 5곳에 실제로 초과이익 세금을 매겼다. 그중 한 곳이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냈다. 지난 2006년 노무현정부가 초과이익환수법을 만들 때부터 위헌 논란이 컸다. 예를 들어보자. 재건축 인가를 받을 때 10억원이던 아파트가 준공 때 15억원으로 올랐다. 집주인은 공사 중간에 13억원을 받고 아파트를 팔았다. 지금은 나중에 집을 산 사람이 몽땅 세금을 뒤집어쓴다. 이게 합리적인가.

미실현 이익에 물리는 세금을 두고도 말이 많다. 10년 동안 한 집에 살다 재건축 덕에 더 큰 평수를 분양받은 뒤 그냥 새 집에 눌러앉는 사람도 있다. 이런 실수요자에게 장부상 초과이익을 얻었으니 세금을 내라고 다그치는 게 과연 타당한가. 과거 비슷한 이유로 1990년대 토지초과이득세가 헌재에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받은 적이 있다.

부동산 시장과 한판 붙자는 식으로 덤비는 정부 태도도 문제다. 지난해 국토부는 부동산 규제안을 줄줄이 쏟아냈다. 하지만 시장은 끄덕도 안 했다. 강남 집값이 오르는 걸 보면 되레 긁어 부스럼만 냈다. 그런데도 정부는 분풀이하듯 '돌격'만을 외친다. 마치 15년 전 노무현정부를 보는 듯하다. 진보세력이 정권을 잃은 데는 참여정부의 과격한 부동산 정책도 한몫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을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어 보인다.

역설적으로 초과이익환수제는 효과가 커도 말썽이다. 세금이 무서워 재건축 물량이 푹 줄면 기존 아파트 값은 더 뛸 수밖에 없다. 길 잃은 최저임금은 부동산 정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실을 무시하면 당장 시장에서 퇴짜를 맞는다.
청와대 수석보다 분식집 종업원이 시장을 더 잘 안다. 재건축 연한을 늘리거나 징벌적 재건축 부담금을 물리기 전에 시장과 소통이 먼저다. 마이웨이식 청개구리 정책으론 시장을 이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