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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정부가 나선다고 청년 일자리가 생길까

靑서 대통령 주재 점검회의.. 최저임금은 오히려 역효과

문재인 대통령이 장관들을 질타했다.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일자리 점검회의에서다. 문 대통령은 "청년실업이 국가재난 수준이라고 할 만큼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청년일자리는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라고도 했다. 특히 앞으로 3~4년이 중요하다고 봤다. 이른바 에코붐 세대(1991~1996년생)가 취업시장으로 쏟아지기 때문이다. 이들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지만 "각 부처가 그 의지를 공유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역정을 낼 만도 하다. 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집무실에 일자리상황판을 세웠다.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는 일자리위원회도 만들고, 청와대에 일자리수석 자리도 만들었다. 하지만 실적은 영 신통찮다. 작년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9.9%로 역대 최고를 찍었다. 체감실업률은 23%에 가깝다. 당분간 좋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화를 내지 않는 게 이상하다.

문 대통령이 가진 문제의식에는 우리도 동의한다. 다만 해결책이 올바른 방향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에코붐 세대의 등장이 청년실업에 악재인 것은 맞다. 일자리를 찾는 인구층이 갑자기 늘면 실업률은 높아진다. 그렇다고 앞으로 3~4년만 잘 버티면 청년일자리 걱정이 사라질까. 그렇지 않다. 형편이 나아질 순 있지만 좋은 일자리는 여전히 부족할 수밖에 없다. 지금도 일자리는 많다. 그러나 대학을 나온 고학력자들이 찾는 일자리는 턱없이 모자란다.

과거 정부는 근본 해법을 외면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젊은이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고 했다. 사람을 못 구해 쩔쩔매는 중소기업을 염두에 둔 충고였지만 젊은 층은 수긍하지 못했다. "중동 가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말은 되레 큰 반발을 불렀다. 문 대통령은 공무원 등 공공부문 증원 카드를 내놨다. 하지만 예산, 곧 세금을 쓰는 일이 근본 해법이 될 순 없다. 게다가 현 정부가 에너지를 쏟는 최저임금이나 비정규직 정책은 오히려 청년일자리를 갉아먹을 공산이 크다.

문 대통령은 며칠 전 규제혁신 토론회에서 '혁명적 접근'을 당부했다. 청년실업 정책에서도 혁명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보자.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은 '2018년 10대 트렌드' 중 하나로 긱(Gig)이코노미를 꼽았다. 긱은 과거 재즈팀이 그때그때 연주자들을 모아 공연하던 관행을 말한다. 공연이 끝나면 팀은 해체다. 그 대신 실력파 연주자는 언제 어느 팀에서든 자리를 얻을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엔 노동의 유연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정부가 나선다고 청년일자리가 생기지 않는다. 긱 이코노미를 21세기형 일자리로 받아들이지 않는 한 청년실업 해소는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