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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시장 혼란만 키우는 엇박자 부동산대책

재건축 연한 놓고 오락가락.. 고가 1주택 보유세도 혼선

부동산대책 방향이 수시로 바뀌면서 시장 혼란이 커지고 있다. 재건축 허용 연한을 둘러싸고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가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고가 1주택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 인상 여부도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이 엇갈린다.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 집값이 폭등하는 상황에서 시장 불안심리를 더욱 자극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8일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재건축 연한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에서 재건축을 추진하는 아파트 단지들이 투기와 집값 상승의 진원지로 지목되자 나온 발언이었다. 현재 30년인 재건축 연한을 40년으로 연장하자는 얘기였다. 그러자 서울 강북과 과천 등지의 재건축 추진 단지들까지 술렁거리며 충격이 일파만파로 번졌다. 이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진화에 나섰다. 26일 열린 토론회에서 "재건축 연한 연장은 결정된 정책이 아니다"라고 뒤집었다.

정부 내에서 조율 과정을 거치지 않은 설익은 정책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재건축 연한 연장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8.2 부동산대책' 후속 조치로 지난해 11월부터 민간택지에 대해서도 분양가 상한제 적용요건을 완화해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국토부는 얼마 후 "시장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적용을 보류한다고 밝혔다.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택지로 확대할 경우 공급이 위축될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 부분은 시행 전부터 많은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정부가 충분한 검토 없이 밀어붙였다가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보유세 문제도 마찬가지다. 김 부총리는 당초 다주택 보유자의 보유세 인상 문제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올 들어 집값이 들썩이자 보유세 인상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달라졌다. 심지어 최근에는 1주택 보유자라도 고가 주택이면 보유세 인상 검토 대상이라고 밝혔다. 지방에 있는 아파트 3채 값보다 서울 강남의 한 채 값이 훨씬 비싼데도 지방 3주택 보유자만 보유세를 올리고 강남 1주택 보유자는 안 올리면 형평에 어긋난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그러나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집 한 채 가진 분들은 걱정하지 마시라"고 했다. 집권여당 대표와 정부 경제수장의 입장이 서로 다르니 고가 1주택 보유자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할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한번 발표된 정책이 며칠 못가 번복되는 일이 잦다.
정책당국에 대한 불신을 자초하는 것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투기 억제와 집값안정 등 부동산 대책이 성공하려면 정부가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땜질식 대응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충분한 검토와 사전 조율을 통해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