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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대마불사 맹신말라"는 현대차 사장 경고

대기업도 갈등으로 쓰러져.. 생산성 높여야 일자리 안정

윤갑한 현대자동차사장은 "직원들이 '대마불사'라는 매우 위험하고 잘못된 미신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26일 퇴임사에서다. 생산성은 낮은데 임금협상에만 치중한 노조에 대한 마지막 경고다.

지난해 현대차 실적은 2010년 이후 최악이다. 매출은 3% 늘렸지만 영업이익은 약 12% 줄면서 7년 만에 5조원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현대.기아자동차의 올해 판매목표는 755만대다. 지난해(825만대)보다 낮춰 잡았다. 판매목표를 800만대 밑으로 내린 것도 2014년 이후 처음이다. 중국과 미국 판매량이 줄어든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이 와중에 노조는 현대차의 질주에 연거푸 제동을 걸었다. 지난해부터 이달까지 24차례 파업을 벌였다. 임단협은 사상 처음으로 해를 넘겨 마무리했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 생산라인 증설에 간섭해 생산라인을 멈춘 일도 있다. 현대차 노조가 지난해 파업으로 끼친 손실은 1조6000억원이다.

현대차 안팎에서 쓴소리가 안 나올 수 없다. 지난 12월 송영길 더불어 민주당 의원은 베이징 충칭 현대자동차 공장을 방문한 뒤 "충칭 현대차 노동자는 평균나이 26세(울산 46세), 월급 94만원(울산 800만원), 생산성 160(울산 100 기준)"이라고 지적했다. 생산성 떨어지는 울산 공장이 임금은 해외 공장보다 8배 높다는 얘기다.

노조 내부에서도 이런 우려를 잘 알고 있다. 지난해 10월엔 현대차 2대 노조위원장을 지낸 이상범 현대차 주임도 쓴소리를 했다. "현대차 노조는 '회사가 망해봐야 정신 차린다'고 하는 말을 충고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직언했다. 과거 러시아 공장과 베이징 공장의 생산성을 근거로 들었다. 국내 공장 생산성이 지나치게 떨어진다는 말이다.

윤 사장은 "큰 기업들도 갈등에 시달리다 보면 쓰러진다는 사실을 조합원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시장 전망은 좋지 않다.
산업연구원은 한국 자동차산업 성장률을 2015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0.3%로 내다봤다. 점유율도 5.2%에서 3.8%로 떨어진다고 봤다. "대마불사 맹신 말라"는 윤 사장의 경고를 귀담아들어야 할 때다.